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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남 칼럼]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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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용산 전쟁기념관 평화광장). 

18~20일(2박3일) 평양, 문재인-김정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 김대중-김정일(2000.6.13.~15), 노무현-김정일(2007.10.2.~4)에 이어 세 번째 회담이자 자신들의 세 번째 만남이다.

 

유일한 분단의 땅에 비핵화, 평화라는 ‘신의 선물’을 놓고 마련된 무대 위에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3명의 배우들이 등장해 있다. 신(하나님)은 이들을 주연으로 발탁해 ‘통일’이라는 작품을 촬영 중이다. 그들은 감독이 요구하는 사명(역할)을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트럼프는 북한이 금방이라도 핵과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것처럼 국민들을 겁주고 선제 타격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더니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만나서는 “똑똑한 지도자” 운운하며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지지부진하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취소시키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시늉을 하면서도 김정은 치켜세우기는 계속한다. 

김정은의 끈을 잡고 비핵화를 끌어내 미국을 구한 영웅으로 등장하려는 모양이다. 북ㆍ미 회담이 파탄 나면 간첩죄나 탄핵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러시아 대선 개입 문제가 정권을 뒤흔들 것이다. 그래서 중간 선거(11월6일)를 겨냥해 오히려 미국이 밀당을 하며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든다.

 

김정은의 시나리오는 트럼프에 기대어 체제 유지의 확실한 보증을 받고 중국이나 베트남식의 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렇게 영구 집권의 안전판을 깔려는 모양이다. 핵 장사로 인민의 굶주림을 해결해 할아버지보다 더 영웅을 노린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력이 좋아지면 주민들이 힘을 얻게 되고 자유를 갈망하게 돼 통치가 어려워지니 고민이 많아질 거라고 진단된다. 핵을 쥐고 버티다가는 국제 제재를 벗어나지 못하면 배고픔의 고통을 감수해야 되고 개방을 하면 자유와 인권을 맛본 주민들의 ‘평양의 봄’(봉기)이 두렵고, 영구집권의 끈이 풀릴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을 잡고 ‘1타 쌍피’의 효과적인 타격을 노리고 있다.

 

문재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명제를 띄웠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북한을 달래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 비핵화는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고 허투루 생각했다간 틀어질 경우 앉아서 벼락 맞는 건 문재인 정권일 것이다. 북핵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정착시키며 통일에 한걸음 다가서는 ‘물건’이다. 정권이 걸려있다. 성공하면 영웅으로 등장할 것이다.

 

주연들은 모두 영웅을 노린다. 실패하면 야, 바보야!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무대 주변엔 주연 급의 시진핑도 있고 푸틴과 아베도 조연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신이 베푼 무대에 주연으로 올라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9월5일 평양을 다녀온 특사단은 회담 날짜만 달랑 확정한 채 북한의 앵무새처럼 ‘종전선언’만 되뇌고 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관련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는~, 북한의 녹음기 같다.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등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엔 벙어리인 채. 북한은 실질적으로 쓸모가 없게 된 풍계리 핵 실험장 갱도 일부와 관련 시설 폭파(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미국인 억류자(3명)와 미군 유해 송환 등 비핵화의 본질을 벗어나 변죽만 울려놓고 많은 조치를 한 양 떠들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 하나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대북제재 명분(고통)이 사라진다. 남한 등 여러 나라에서 본격적인 경제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명분도 없어지고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어 미군 철수의 빌미를 만들 수도 있다. 평화협정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 국제무대의 발언권이 강화될 것이다. 협상(회담)은 전쟁할 각오가 됐을 때 성공한다. 이 정권은 너무 서두른다. 덩달아 국민들도 불안하다.

 

송수남 前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