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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난민 리포트] 1. 제주 난민, 경기도로 몰려온다

체류 허가땐 취업 쉬운 ‘수도권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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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기다리는 난민 올해 초 약 550여 명의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상륙하면서 난민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국내 난민 허용 여부에 대한 찬반 양론 속에 현재 제주도에는 487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체류하며 난민 심사를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제주 출입국ㆍ외국인청에서 난민심사를 요청하는 예멘인들. 조태형기자
올해 제주도에 들이닥친 수백여명의 예멘인들로, 난민문제가 대한민국에 본격 상륙했다. 인도주의적 수용론과 막연한 혐오에 준한 반대론이 극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고,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가운데 국내 체류 및 취업 방편으로 난민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난민 제도의 허점을 진단, 경기도 실정에 맞는 난민대책 등을 제시해 본다.

 

예멘 출신 H씨(19·여)는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를 거쳐 지난 2월 제주도 땅을 밟았다. 입국 당시 임신 중이었던 H씨는 ‘생존’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어느덧 제주도살이 6개월 차를 맞은 H씨와 가족 9명은 현재 제주도 내 임시 숙소 3곳에서 머물고 있다. 그러던 중 8월 둘째 주 H씨는 한국에서 엄마가 됐다. 아들의 이름은 ‘제민’, 제주도에서 태어난 최초의 예멘 아이라는 의미다. H씨의 남편 M씨(30)는 “우리 가족이 난민 지위를 얻고 제주도를 떠나게 된다면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옮겨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만난 예멘인 청년 J씨(28). 제주시 삼도동에 머문 지 3개월이 된 J씨는 “I want to be here.”, 즉 ‘여기(Here)’ 머물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담긴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고 산다. 예멘에서 아이들 글을 가르쳤던 그는 제주에서 어선업에 종사하고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새벽 4시부터 낮 12시까지 근무하며 100여 만 원가량을 벌며 힘겨운 한국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J씨는 “언젠가는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가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J씨가 말한 ‘여기’는 제주도가 아닌 한국, 한국 중에서도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을 의미했다.

 

이처럼 지속되는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온 예멘인들의 상당수가 ‘육지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일자리가 많고 각종 지원 제도가 있는 수도권이 1순위로 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는 487명의 예멘인이 체류 중이다. 지난 1월~5월까지 예멘인 549명이 무사증(무비자)제도를 이용해 제주도에 입국했다. 법무부가 4월30일 출도(육지부 이동) 제한 조치 후 ‘출도 제한자’로 분류된 487명(남성 463명·여성 24명)이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예멘인들 대부분은 20~30대 남성 청년층으로 제주도에서 낚시어선업, 농업, 요식업 등에 종사하며 혼돈과 방황, 그리고 불안,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언어 장벽, 예멘과 다른 근무 형태 등을 이유로 일주일도 못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많은 예멘인들이 난민심사를 통해 일단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취업이 용이하고 무슬림 커뮤니티 등이 좋은 여건을 가진 수도권 등 육지로 이동하기를 원하고 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은 “난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라며 “난민 지위를 부여받거나 출도 제한 조치가 풀리게 되면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에 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구재원ㆍ강현숙ㆍ이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