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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돋보기] 전통 콘텐츠 개발이 세계화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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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비롯한 우리 문화가 살아나고 있다. 개발성장 시대에 획일적으로 서구화를 지향했던 것에서 벗어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니까 일제의 민족 문화 말살과 신문화 도입으로 서구 유학파에 크게 밀렸던 ‘전통문화’가 지방분권을 앞두고 문화주권 운동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시민촛불’ 이 나라의 명운을 바꾸었듯이 ‘문화촛불’ 운동으로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오는 6월 6일 부산에서는 ‘미래예술’ 창립포럼을 열고 현장 중심의 예술 자율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이미 경기도는 이같은 혁신의 모범 사례를 보여 왔다. 경기도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최상화)이 러더쉽을 발휘해 악기개량, 악보 표기법, 연주 교칙본을 만들어 서양 사람들도 우리 국악기를 연주하고 작곡할 수 있도록 하는 혁명을 감행한 것. 한걸음 나아가 이번엔 외국 작곡가를 대상으로 국제 작곡 콩쿨 응모를 시작했다고 한다.

 

동, 서양이 만나는 것은 나라와 나라도 그러하고, 개인 역시 다르지 않다. 상대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하면 호감이 생긴다. 점차 눈이 열리면서 교류가 깊어진다.

 

엊그제 김환기 작가의 ‘붉은 점화’ 작품이 홍콩 경매에서 85억원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낙착한 것도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닐 것이다. 꾸준한 경매 시장 진출로 우리 그림에 눈을 틔워 온 결과다.

 

‘전통’이 살아나기 위한 방법도 그렇다. 지속적으로 좋은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킬 것은 확실하게 건강성을 유지하고, 현대의 옷을 입히는 것은 탁월성을 획득해야 한다.

 

예술은 100이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가들이 상호 융합을 통해 끌어 올려야 한다. 사실, 전통은 그동안 대중의 무관심, 관객 취약, 공간 부족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전통은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틀을 깨어야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정치보다 예술이 앞장서서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관변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지원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입품 과다이거나 고만고만한 것들의 잔치에 오히려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인들의 입맛을 당기는 글로벌 문화 공감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의 남북교류 평화 협상은 새로운 조짐임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실크로드를 타고 우리문화가 세계 사람에게 위안과 기쁨을 줄 수 있다.

 

최근 정부는 해외 문화원의 예산을 크게 증액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한다. 뮤지컬 같은 상업 베이스의 지원은 정부가 관여하기보다 시장 논리에맡겨 정리가 되어야 혼선을 막을 수 있다. 경기도립국악단 같은 단체를 집중 지원해 혁신성을 보여주는 것이 효율적이 아닐까 한다.

 

오랫동안 우리는 서양 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썼다. 그러나 햄버거, 피자를 일상의 식탁에 올려놓고 주식이 되기는 쉽지 않다. 정서도 마찬가지다. 핏속에 감도는 흥을 대신할 것을 밖에서 찾는 것보다 빼았긴 미각을 돌려놓는 일이 문화주권 시대가 할 일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미식가들도 비빔밥에 빠져들었다. 굴지의 세계 화장품 회사들이 천연재료의 한국 화장품을 벤치마킹한다니 격세지감이다. 오늘의 시대를 사는 예술가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쾌하게 짚고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물 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 흐른다.

 

비전과 도약을 위해 신발 끈을 묶는 힘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칙본에 이어 세계의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한국 창작곡 공모를 펼쳐 우리 국악의 세계화에 신호탄을 쏘고 있다. 문화주권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