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담긴 ‘희망의 교훈’
고려시대에는 양질의 동의 생산과 제작기술의 발달로 실생활에 사용하기 위한 많은 양의 청동 거울이 제작되었다. 중국에서 수입된 거울을 틀로 떠내어 똑같이 제작하거나, 문양의 일부를 본 따 변형시켜 만들기도 하였다. 둥근모양 외에 네모모양, 꽃모양, 모서리가 뾰족한 모양, 종모양 등 다양하다. 얼굴을 비추는 반대쪽에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무늬를 장식하였는데 물고기, 용, 꽃과 풀 등의 무늬뿐 아니라 중국의 신선세계, 당시 유행하던 소설의 한 장면, 한편의 시, 바다를 항해하는 장면 등 다양한 이야기를 새겼다.
경기도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 입구 테마전 <교과서 돋보기>에도 고려시대 거울 한 점이 있다. ‘소를 기르는 영척(寧戚飯牛)’이야기 거울이다. 1994년 경기도박물관에 입수되었지만 더 화려하고 정교한 여러 거울들에 밀려 전시실 빛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보존처리를 통해 ‘갈고 닦이면서’ 드디어 14년 만에 <교과서 돋보기>라는 무대를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이 거울에는 두 인물과 소 한 마리가 새겨져 있는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영척(寧戚)은 중국 위나라 사람으로 고고한 덕을 갖추었으나 가난하여 소를 기르며 살았다. 어느 날 소뿔을 두드리며 “남산은 깨끗하고 흰 돌은 눈부신데 살아생전 요순시대 못 만났네” 노래를 불렀다. 제환공이 이를 듣고 그의 남다른 인품에 감명 받아 공경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고된 일을 하더라도 능력과 인품이 있다면 언제든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얼굴을 비춰보는 것 뿐 아니라 마음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교훈이 담겨 있는 것이다.
‘소를 기르는 영척’ 이야기 거울은 오는 7월24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 전시 될 예정이다.
조현이 경기도박물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