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27일 오전 9시29분. 높이 5㎝, 폭 50㎝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군사분계선(MDL)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을 맞기 위해 나와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북측으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그러면 지금 넘어가볼까요”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건너갈 것을 제안했다. 두 정상은 망설임 없이 함께 손을 잡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생중계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기자는 뭉클했다. 그리고 울컥했다.
고작 5㎝ 높이의 콘크리트 연석의 군사분계선이었다. 그 높이를 넘지 못해 수십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겼고 서로가 서로에게 매서운 총구를 겨눴다. 이 연석은 분단과 동족상잔이라는 비극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두 정상이 너무나도 쉽게 연석을 넘나드는 모습에 비극의 상징은 어느새 평화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이 생각은 이날 프레스센터에 모인 3천여 명의 내ㆍ외신 기자들도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현장에 모여 있던 기자단은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일부는 눈물을 글썽였다. 3천여 명이 동시에 치는 박수소리는 통일이 성큼 다가왔다는 ‘신호탄’ 같았다.
10개월이라는 짧은 경력을 가진 햇병아리 기자에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산은 버거웠다.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부터 만찬까지 선배들이 시키는 간단한 일만 했는데도 버거움에 허덕였다. 실수는 반복됐다. 그만큼 긴장했다. 중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기자’로서 뿌듯함은 마음속에 가득했다. 판문점 선언에 담겨 있듯 종전,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진 뒤 언젠가 기차를 타고 북한으로 취재를 가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승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