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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돋보기] 예술하기 좋은나라 나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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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각 부처는 정책을 쏟아낸다. 문화 현장에서 40년을 겪어온 필자는 그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장관이 부임할 때 마다 一 聲(일성)은 현장과의 소통이다. 그리고 몇 번의 세미나를 개최하고 현장 사진을 담아 기사화하는 등 부지런하지만 소통엔 여전히 불만이다.

 

엊그제 블랙리스트 사건의 일차 보고가 있었다. 내달에는 그 전모를 밝힐 것이라고 한다. ‘소통’이 아니라 ‘장벽’을 쌓아온 적폐가 비단 이런 것에만 있을까. 보이지 않는 弊害(폐해)는 늘 전문성 없이 힘을 가진 권력의 갑질이다. 이들이 지원보다 훨씬 더 큰 예술 생태계 파괴가 오늘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민간오케스트라가 공모 사업에 의혹을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을 위해 20년 가까이 눈물과 땀으로 헌신했는데, 오케스트라 전국 공모를 해서 그것도 진행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선뜻 납득이 어려운 것은 시민의 세금이 지방분권화 시대를 앞두고 이렇게 쓰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공무원에 의한 폐해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제주 도립합창단 지휘자 공모에서 절차의 부당함을 지적한 예술감독을 탈락시키고 3년여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상식적으로도 뻔한 잘못을 갑질 공무원이 행정력을 동원해 도민 세금으로 소송비용까지 지불하면서 반성은커녕 예술가를 괴롭히고 있으니 참으로 예술하기 나쁜 나라다. 합창단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단체에 적용되는 것이기에 앞으로 전문가들이 정책을 만들고 집행을 감시해야 한다. 이달에는 ‘대한민국 교향악단 악우회’가 만들어져 오케스트라 문제에 중재자 역할도 할 것이란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경기문화재단이 만들어지고 전국에 문화재단 창단 러시가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 문화재단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리더의 잦은 이동과 전시 행정으로 빈약한 재원에 줄을 서는 예술가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는 탁월한 능력으로 문화를 꽃피워 풍성하게 시민에게 돌려주는 기관장들이 있음은 다행스럽다.

 

어떻게 하면 예술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자리에 있는 분들이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직원들도 서비스 정신으로 예술가의 입장을 헤아려주어야 한다. 예술가들도 이기적이거나 자기 것만 생각하기에 앞서 정책 입장을 이해하고 행정 문법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잘못이 있다면 즉각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예술 환경을 바꾸는 길이 아닐까 싶다. ‘한번 정하면 틀려도 끝까지 간다’는 공무원의 불패신화가 과연 오른 처신인가를 생각해 본다.

예술은 자유의 텃밭에서 창조하고 생산하며 그 가치를 공유한다. 규제나 간섭이 많으면 奇形(기형)을 낳게 된다.

 

몇 달 전 행정안전부(장관 김부겸)가 공직의 낡은 관행을 혁신해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기 위해 공직의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본격 추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탁상행정이 아니라 협업과 소통을 통한 국민이 원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백만 공무원의 1분 1초가 국민을 위해 바뀌는 것이 업무혁신이다”라는 카피를 날렸다.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르고, 기운이 솟아나는 것이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신문고는 찢어져 있고, 국민청원은 20만 명이 되어야 비로소 소리를 듣는다고 하니 이건 예술로서는 그림의 떡과 다름없다. 이상한 나라의 동화처럼 느껴지기에 거울아, 거울아 우리나라는 예술하기 좋은 나라냐, 나쁜 나라냐? 답을 좀 해다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