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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경기, 천년보물] 보물 제1174호 ‘이중로 초상’

유교적 색채 품은 조선시대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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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박물관에서는 작년부터 기증자와 기증유물에 담긴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작년에는 총 5건의 영상이 제작되었는데, 그 중에는 지난 2000년 보물 제1174호인 이중로 초상과 정사공신교서, 그리고 이지란초상 등 110여점을 기증해주신 청해이씨 세마공 종중도 있다. 인터뷰는 기증 당시 종중 회장이셨던 이희철선생님을 모셔 진행하였다.

전화로만 인사드리다가 막상 뵈니 늠름하고 인자한 품성이 어딘지 모르게 이지란장군의 DNA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초상화를 기증하면 아예 유물을 뺏기는 줄 알았지.

그런데 박물관에서 김준권선생이 자꾸 찾아오는 거야. 기증하면 초상화를 똑같이 그려드리고, 보관도 잘해준다면서…. 그래서 문중에서 상의하고 고민 끝에 기증하기로 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기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보관도 잘 해주고, 전시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도 있고, 모사본도 그려줘서 지금 춘제 때나 일이 있을 때는 영당에 걸어놓고 제사를 지내지

 

무척 떨린다고 하셨지만 막상 인터뷰가 진행되니 조선 개국 당시 이지란장군과 태조 이성계의 이야기와 기증 당시 상황을 마치 이야기 보따리가 풀린 듯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다. 전쟁 당시 살벌했던 상황에서도 쌀보다 귀하게 여기며 초상화를 보관하고, 고이 접어 이불 밑에 깔아놓고 지켜냈다고 한다.

 

화마(火魔) 속에서도 유물을 지켜낸 이야기를 하실 때는 살짝 눈가에 이슬이 맺힌 듯 했다. 조상의 초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고, 선조 그 자체로 여기는 우리의 유교문화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님을, 종중의 일원으로서 평생을 사셨던 선생님의 삶 속에 고스란히 녹아 여전히 현재진행 중임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십대 소년으로 집안을 책임져야 했고, 가문의 유품을 지켜내야 했던 힘든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것임을 알면서도, 유물에 담긴 생생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어서 철없는 아이처럼 자꾸 더 말씀해달라고 졸랐다.

 

지금 기증된 초상화는 박물관 서화실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어렵게 결심하신 덕분에 기증된 유물은 이제 우리 모두의 보물이 되었다.

 

이영은 경기도박물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