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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힘들어도 꽃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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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도 놀랐을 것이다. 북한 공연 소식에... 노래와 춤으로 하나임을 확인한 열기는 전해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펼쳐진 문화교류는 얼었던 강물이 녹듯 촉촉한 감동이었을 것 같다.

 

봄이 늦은 유럽의 시와 노래들엔 쓸쓸함이 베어있지만 우리에게 4월은 희망이다.

곳곳에 문화축제, 아트페스티벌에 물이 오르면서 눈길을 끈다. 축제는 사람이 만든 또 하나의 꽃밭이 아닌가. 좀은 바빠도 틈을 내어 간다면 일상의 고통과 피로를 씻을 수 있다.

 

지난 달 31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선는 전국 시립교향악단이 참여하는 교향악축제가 열린다. 경기필(7일) 참여를 비롯해, 모두 18개의 교향악단이 참가한다.

국립오페라단 ‘마농’(5~8일)에 이어 4월 27일부터 한국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한 오페라축제도 열린다. ‘춘희’부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중 하나인 ‘리골레토’,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우리말로 노래하는 임준희의 ‘천생연분’까지, 한국오페라 역사 속의 명장면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는 갈라콘서트다.

 

라벨라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4월 27~29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5월 4~6일), 누오바오페라단의 ‘여우뎐’(5월 11~13일)도 오페라극장 무대 위에 오르는 대형 작품이다. 소극장용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18~20일)을 번안한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와 판소리와 오페라를 결합한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25~27일)가 공연된다.

 

이 모든 축제의 진정한 주인공은 관객이다. 좋은 공연이 있으면 비행기를 타고서라보는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공연장을 찾는 것은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요즈음은 티켓 구매뿐만 아니라 해당 작품을 인터넷 검색하면 작품 줄거리는 물론 동영상에서 세계 명가수들을 볼 수 있으니 아는 만큼 즐기는 것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이 보석들을 담을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꽃이 피었어도 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공연 티켓이 비싸다는 일부 여론도 없지 않지만 사실은 티켓 값으로 공연물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억원의 예산이 드는 오페라의 경우 티켓을 다 팔아도 30%~40% 비용이 안되기때문이다.

 

언젠가 한 지역 예술단체가 한 해에 50억 가량 쓰는 예산을 일년동안 하는 정기 공연 회수와 관객 비율로 나눴더니 2~3만원 티켓 가격의 원가가 실제로는 20만원이 훌쩍 넘더라는 것이다. 해당 시가 문화복지 차원에서 공공예술단을 지원하고 있는 것을 안 관객들은 이후 매표에 매우 적극성을 보였다는 것.

 

축제에 오른 공연물들은 만찬이다. 오랜 준비와 정성이 담긴 요리다. 설혹 자신이 먹어보지 않은 메뉴라 할지라도 선입견 가지 말고 낯선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인생을 더 풍요하게, 더 즐겁게 사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쾌속 질주하는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클래식 공연장에 와서 음악을 들은 후 ‘내가 이런 음악을 왜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는 게 후회가 된다’고 했다. 누구나 취미와 좋아하는 것이 따로 있다. 그러나 인생 이모작, 삼모직의 긴 삶의 여로에서 편식보다는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해서 얻는 것과 노력없이 그저 듣고 보는 문화는 다르다. 보다 높은 가치를 획득하는 것은 훈련해 오르는 산처럼 다른 희열이 있다. 그래서 좀은 신경을 쓰고 준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4월, 봄 축제에 시와 노래와 춤과 오케스트라, 오페라가 너무 밝고 화사한 계절이어서 자칫 빠지기 쉬운 우울증을 씻어 낼 것이다. 티켓 몇 장 사서 눈뜨지 못한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한다면, 어찌 한 끼니의 식사 대접에 비유할까. 힘들어도 내가 누군가의 꽃이 되어 살자.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