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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시속 100㎞ 차량 사이로 아찔… 언제 사고날지 몰라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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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 현장체험에 나선 정민훈 기자가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전형민기자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항상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있다. 고속도로 내 제한속도를 넘어 쏜살같이 내달리는 차량과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곡예운전하는 차량, 짐칸에 빼곡히 짐을 실은 과적차량까지. 이들 모두 고속도로 위 ‘무법자’로 불리며,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하지만 이같이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시민 안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다. 시속 100㎞가 넘는 차량 사이로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이들의 생활은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서 기자는 궁금했다. 매일 같이 위험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바로 곁에서 들어보았다.

■ “여기가 고속도로순찰대인가요?”

10일 오후 8시 용인시 기흥구 고속도로순찰대 제1지구대. 살갗을 애는 듯한 추위가 온 몸을 감쌌다. 영하 7도를 기록한 이날 날씨는 ‘춥다’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고속도로순찰대 제1지구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1지구대 외관은 규모가 조금 큰 일선 파출소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제1지구대 문을 연 순간 ‘고요함’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야간근무자들로 북적일 줄 알았던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주요 당직자들만 눈에 띄었다.

 

조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내부를 둘러보던 중 이날 하루를 함께 할 이재광 경위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1일 파트너 백승우 경장도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속도로순찰대에서 10년가량 근무한 이재광 경위는 고속도로 순찰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그는 “고속도로는 언제·어디서·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수년을 근무한 경찰들도 항상 신경을 곤세울 정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옆에 있던 백 경장도 이 말에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자는 이 경위의 추가적인 주의사항을 더 전해듣고서야 순찰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업무 특성상 뒷자리에 동승할 수밖에 없었다. 기흥IC 하행선에 진입한 순찰차는 어느새 주행 중인 차량 사이로 녹아들었다. 시속 100㎞가 넘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들이 순찰차를 빗겨나갔다. 

어수룩한 밤 분위기가 순찰차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량 내 설치된 무전기에서는 다른 순찰조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경위는 “고속도로순찰대가 관할하는 편도의 도로 길이만 457.9㎞에 달한다”며 “순찰차 15대가 투입돼 1대마다 30~40㎞의 구간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시간과 새벽 1~6시 사이 사고 발생률이 높다”며 “이 시간대는 모든 근무자가 긴장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고 덧붙였다.

 

평소 고속도로순찰대에 궁금증이 많았던 기자는 이 경위에게 서슴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이 경위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질문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투입된지 50여분 만에 순찰차 앞에서 사고가 발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신속한 초동조치가 생명’, 베테랑 경찰도 긴장하는 고속도로 사고

이날 오후 8시55분 오산IC 378㎞ 지점에서 투싼 차량이 바로 앞에서 주행 중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눈앞에 펼쳐졌다. 시속 100㎞로 내달리던 차량들은 순간 속도를 줄이며 사고지점을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막힘없이 소통했던 고속도로는 정체현상으로 급변했다. 정적을 울리며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은 물론 사고를 보겠다며 창문을 내려 서행하는 차량이 도로 위에 뒤엉켰다.

 

순찰차의 운전대를 잡은 백승우 경장은 사이렌 경적 버튼을 눌러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고지점에 모여든 다른 순찰차들도 상황정리에 나섰다. 이 경위는 차에서 내리려는 기자에게 “순찰차 왼쪽으로는 차량이 다니고 있어 조심히 내리셔야됩니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게 바로 고속도로”라며 힘줘 말했다.

사고 수습이 시작됐다. 다행히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투싼 차량 앞부분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게 전부였다. 사고지점에 모여든 고속도로순찰대는 사고차량이 견인차에 예인되기 전까지 환한 불빛을 비추며 교통통제에 나섰다.

그 와중에 일부 차량은 이들의 신호를 무시한 채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도로 위 이기주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경찰들은 침착하게 사고 수습에 온 힘을 쏟았다. 경찰은 견인차에 사고차량이 실리자마자 바로 앞 졸음쉼터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간 사이렌은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마지막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졸음쉼터에 도착한 경찰은 운전자를 상대로 곧바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이 경위와 백 경장은 이윽고 안도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들은 “일반국도와 다르게 고속도로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빠르게 초동조치하는 게 고속도로 순찰대의 주된 업무”라며 “특히 눈이 오거나 도로 위에 살얼음이 나타나는 등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 “오늘도 목숨 걸고 달린다”

사고가 마무리 되자 순찰차의 시동이 다시 걸렸다. 내려오는 눈꺼풀과 쏟아지는 피로를 뒤로하고 순찰차는 다시 고속도로 위에 올랐다.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목격한 기자는 순찰차를 타면서 많은 일을 할 수 없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고속도로 상황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고속도로 갓길에 견인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목적지 없이 멈춰서 있던 견인차는 순찰차가 다가오는지도 모른 채 흰 연기를 내뿜기 바빴다. 백 경장이 조수석으로 다가가 “갓길에 정차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했다. 견인차 운전자는 백 경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엑셀 패달을 밟았고, 주의사항을 전달하려 조수석에 가까이 있던 백 경장은 견인차에 치일 뻔했다. 꽁무니를 빼는 견인차를 보며 기자는 화가 났다. 이 경위는 “경찰이 다가가면 견인차 운전자들의 반발이 상당하다”고 씁쓸해 했다.

잠깐의 해프닝(?)이 지나가고 또다시 순찰차에 몸을 실었다. 도로를 달리던 중 기자는 이 경위와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에서 새간을 뒤흔든 대형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산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광역버스가 앞에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차량 7대가 연쇄 추돌한 안타까운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순찰차는 어느새 그 사고지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5개월이 지난 현장에는 ‘추돌주의’, ‘사고위험지점’ 등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푯말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면서 이 경위는 “사고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면서도 “고속도로 순찰대도 과거 발생한 사고로 얻은 교훈과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아 누구나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도로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두 사람과 동행한 170㎞의 짧은 순찰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구대로 돌아온 기자는 두 사람과 동고동락하는 김만식 경감을 만났다.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 김 경감은 그들과 함께한 순찰시간을 짐작한 듯 이렇게 말했다. 김 경감은 “고속도로 순찰대는 다른 직종과 다르게 빠르게 내달리는 차량 틈 사이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달린다”며 “오늘도 하루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을 전해들은 기자는 한동안 따뜻한 물이 담긴 종이컵에 손을 녹이며, 흐르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정민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