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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칼럼] 고향을 만드는 경기도 박물관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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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동 칼럼
이미 오래 전의 경험이지만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막 박사를 받은 미국친구가 대학에서 자리 제안을 받아서 미국중부의 어느 도시를 선택하여 간다고 하여 물었다, “왜 하필이며 그렇게 추운 곳으로 가려고 하는가?”라고…. 나로서는 의외의 대답을 받았다. “그곳에 가면 좋은 박물관이 있거든…그리고 작지만 오케스트라도 있어. 우리 아이와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런 대답을 들었을 때 나는 삶의 터전을 정하는데 ‘돈’이 아니라 ‘문화’라는 점에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이제 수십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곳에서 고고학 교수로 있다. 평생의 고향을 정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서구의 중소도시들 중에서는 박물관이 주민들에게 가정 밖의 삶의 터전인 곳이 종종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한 시대가 된 듯하다. 아직까지는 중고등학교가 삶의 터전을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고 부동산 가격도 그에 따라서 오르지만 앞으로는 좋은 박물관이나 문화기관이 있는 곳이 바로 맹모삼천지교의 마을이 되는 때가 오고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창의적인 학습을 위해서 박물관은 아이들에게 둘 도 없이 좋은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박물관이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배우러, 놀러, 사색하러, 혼자서 놀러 그리고 사람 만나러 등등의 이유로 박물관이 필요한 시대가 오는 것이다. 박물관은 이제 배움터일 뿐 아니라 놀이터이자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는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아마도 역설적이기는 하여도 요즈음은 장사를 하려해도 박물관과 같은 기능을 넣는 대형 상점들이 늘어가고 있는 점에서도 박물관의 중요성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알아야 하고 그 가치를 일찍 알아서 대비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잡고 고향으로서 지역이 살아남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이번 정부가 문화정책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바로 지방문화의 활성화이다. 바로 문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잡는데 핵심적인 수단의 하나가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 바로 박물관이다. 바로 지역 삶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의 최고의 논객께서 경기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박물관은 모든 죽은 것을 살리는 자궁’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앞으로 이 차가운 디지털시대가 깊어 갈수록 박물관이야말로 사람 만드는, 그리고 사람 살리는 곳으로서 필요하다.

 

경기도는 사실 박물관 선진지역사회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도립박물관의 숫자도 많고 주제도 탁월하다. 역사박물관이나 미술관 뿐 아니라 선사, 실학, 백남준, 도자, 어린이 등의 좋은 주제를 선점한 박물관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이 사회적으로 눈에 많이 띄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박물관 운영에 대해서 새로운 철학적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삶에 필수적인 공간으로서 박물관이 필요하고 그 운영의 질이 좋은 것은 바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지역사회가 미래에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지역경제가 탄탄할 때 박물관에 투자하여 두는 것이 결국 미래의 지역사회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길이다.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이나 영국의 테이트모던미술관 등과 같은 박물관들이고 중국의 저명한 698미술관 등의 경우를 보면 굴뚝 산업이 결국에는 박물관으로 바뀌는 것이다.

 

박물관의 진취적인 운영에는 사회적인 사명감으로 무장된 창의적인 학예전문가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기도의 좋은 박물관들이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의 영원한 고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안정된 여건의 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 새로운 생활문화시대를 맞이하여 경기도의 박물관운영실험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한양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