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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남양주 경은학교 사회복지사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장애인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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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북부지방경찰청 1층에 마련된 커피숍 안에는 매주 수·목요일 마다 지역내 발달 장애 학생들이 바리스타 실무교육을 받는다. 조철오 기자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와 함께 이들이 수월한 실습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있다.
‘내 옆에 장애, 어렵지 않게, 그리고 함께’ 장애(障碍). 마음이 숙연해지는 단어다. 우리는 모두 장애에 대한 측은지심을 늘 갖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장애와 교감하기에 덜컥 겁을 낸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거세게 반대하는 주민을 향해 봐달라며 ‘무릎 꿇은 부모’ 사진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논란은 우리 사회가 장애에 얼마나 비정한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 씁쓸한 세태였다.

그럼에도 약자 보호는 우리 사회가 우선하여 지향해야 할 불변의 가치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약자를 무시했던 시대와 집단이 고스란히 독화살로 돼 돌아온 것을 수도 없이 지켜봤다. 

이에 기자는 ‘1일 현장체험’을 통해 약자를 동등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걷는 사회복지사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 장애 청소년 ‘꿈의 날개’… 든든한 도우미 역할

흔히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 치매환자나 자기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지적 장애인을 돌보는 등 ‘유지’의 개념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는 이들의 일부 영역이다. 취업 알선에 적극 나서고 발로 뛰어가며 ‘장애는 우리와 다름없다’는 편견을 부수는 등 일자리 창출 또한 우리가 모르는 사회복지사의 업무 중 하나다.

 

경기도교육청은 특수학교인 남양주 경은학교를 포함, 도내 5곳에 진로직업특수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각 지역에 사는 장애인을 고등학생 때부터 관리하며 이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인 2년(20~21세) 간 직업을 가질 수 있게끔 훈련을 하는 한편, 원하는 회사로 연결해준다.

 

남양주 경은학교의 경우 경기북부지역 중 남양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등 8곳에 흩어진 장애학생을 사회복지사 5명이 나눠 돌본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장애학생을 위해 취업 실습 공간을 제공한 회사나 공장에 직접 파견 나가 혹시 모를 변수를 점검하고 장애학생의 적응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

 

▲ 남양주 경은학교 소속 심민주 사회복지사와 함께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홍보 PPT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 센터가 관리하는 학생들은 자기 의사소통이 뚜렷한 신체장애보다 사회 적응에 서툰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이 대다수다. 자폐증과 지적장애 등을 가진 발달장애 학생들은 실습 현장에 사회복지사가 있지 않을 경우, 일반인과 소통에서 돌발변수가 생길 확률이 크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긴밀한 돌봄은 필수다.

 

그렇다면 장애 학생들이 가장 꿈꾸는 직업 일 순위는 무엇일까? TV드라마의 영향인지 대다수는 ‘바리스타(커피 제조사)’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커피를 마시고 흡족해하는 손님의 미소에 모두 크게 기뻐한다고 사회복지사들은 설명한다. 이에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바리스타를 꿈꾸는 장애 학생을 위해 얼마 전부터 1층 커피숍에 실습 공간을 제공했다. 매주 수·목 오후마다 남양주 경은학교 소속 학생들이 이곳에서 바리스타 꿈을 위해 이곳에서 꿈을 키운다.

 

이에 기자는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부청 커피숍에서 발달장애 학생들과 함께 바리스타 실습에 나섰다. 커피숍은 소통에 낯선 장애 친구들이 사회 적응력을 손쉽게 높일 수 있는 좋은 공간인데 사회복지사들은 이들의 원활한 소통이 옆에서 보조한다.

 

사회복지사는 이들에게 손님 응대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고 그에 따른 답변을 알려준다. 손님이 들어올 경우에는 “어서오세요. 천보 카페입니다”, 손님이 주문대 앞에 섰을 경우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주문이 끝나고 계산 시 “카드결제입니까?”, 계산이 끝난 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아 계시면 불러 드리겠습니다” 등이다. 언뜻 보면 일반인에게는 매우 쉽고 당연한 대화인데 이마저도 발달장애 학생은 교감하기가 매우 어렵다.

▲ 의정부 아성기업에서 실습교육하는 발달장애 학생의 설명을 듣고 이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특히 손님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질 때 장애 학생들은 당황해 답변을 못하거나 한참을 버벅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할 경우 돌발 행동까지 이어진다. 이럴 경우 사회복지사는 옆에서 재빠르게 장애 학생들이 주눅이 들지 않고 적응할 수 있게끔 답변을 거든다. 다시 말해 그만큼 사회복지사의 손이 매우 많이 간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와 달리 사회복지사들은 장애학생들이 일선 제조업 공장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인형에 눈을 붙이거나 재료포장 등 단순노동은 장애 학생들이 쉽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공장들은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이기도 해서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의정부 용현 산업단지에 위치한 아성기업이다. 달력이나 다이어리 등을 만드는 이곳은 일부 제조 과정이 단순노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경기북부청처럼 발달 장애학생들에게 실습공간을 제공해 준다. 기자는 이곳에서도 사회복지사와 실습을 함께했다. 다이어리 속지를 겉지안에 집어넣는 작업인데 양손 엄지로 꾹 눌러주는 식의 노하우만 쉽게 익히면 금세 적응이 가능했다. 이날 기자와 함께한 장애학생들은 쏟아지는 다이어리를 완성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완성돼 가는 다이어리를 박스 안에 차곡차곡 넣고 그 박스들이 잔뜩 쌓여갈 때쯤 어느덧 시간은 퇴근시간에 가까워졌다. 실습에 나선 장애학생들의 얼굴에는 보람으로 가득 찼다.

 

▲ 남양주 경은학교 내에도 발달장애 학생들이 바리스타 실습 장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일과를 체험하고 있다.
■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다’. 이는 남양주 경은학교 직로직업 센터 내에 있는 슬로건이다. 해당업무를 총괄하는 박주리 부장은 “돌보는 업무가 현상유지라면 일자리 창출은 창조적이며 사회 발전적인 부분”이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장애인들이 당당히 살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이곳 사회복지사의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을 거쳐 간 학생들이 몇 년 후 떳떳한 직장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이곳 사회복지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직업 알선을 위해 많은 업체를 찾아 “우리 학생들 데려다 한번 써보세요”라고 ‘영업’하는 일이라고 한다. 심민주 사회복지사는 “평소 장애인을 접하지 않은 업체들은 고용 등 장애와 함께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겪는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아니다.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 하나하나를 만나 장애의 편견을 없애는 일을 하는 것이 이곳 사회복지사의 역할인데 그때마다 읍소하기가 약간은 부담스럽다는 의미겠다.

 

천유진 사회복지사는 “처음 마지못해 장애 학생을 고용하거나 접한 업체는 몇 년 후 오히려 고용에 규모를 확대해 가는 추세다. 그 말은 장애가 업무 능력과 무관하며 특히 장애가 별것 아니란 인식을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곳 사회복지사의 바람은 하나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우리와 전혀 차이가 없음을 생각하는 관용이 우리 사회에 당연하길 희망하는 것이다. 사실 강력범죄 등 세상의 악을 일으키는 모두는 장애인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일반인이다. 어쩌면 장애를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이 가진 결함보다 우리 스스로가 가진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장애가 낯섦이 아닌 일상이 오는 세상. 앞으로 ‘1일 현장체험’에서 소개할 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길 바란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기획된 직업인 ‘휠 마스터’를 체험하고 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사진=전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