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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사양관리사

‘견생2막’ 특급도우미, 말처럼 쉽지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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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양관리사 체험에 나선 본보 기자가 견사 청소에 앞서 보호견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온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평소 ‘애묘인’으로 유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유기견 ‘토리’를 입양한 것이다. 올해 4살이 된 토리는 남양주 폐가에서 구출돼 2년 동안 새 주인을 기다리던 유기견으로 청와대 첫 유기견 출신 ‘퍼스트 도그’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나 역시 문 대통령의 유기견 입양 소식을 듣고 삭막했던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대선 기간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약속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진심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올해 유기동물 수는 줄어 들었을까?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16일 실시간 유기동물 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6만834마리에 이른다. 하루 평균 267마리의 반려동물이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기유실동물 수는 5만 4천246마리로 올해 무려 12.1%나 증가했다. 유기유실동물의 경우 주인이 찾아오지 않거나 새 입양처를 찾지 못할 경우 끝내 안락사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6~8월 휴가철이면 유기유실동물이 급증한다는 언론 보도도 이제는 놀랍지 않은 이야기가 됐다.

반려동물 인구 1천만 명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주인들을 대신해 ‘배신’으로 상처받은 유기동물에 작게나마 정(情)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유기동물에 사랑을 쏟는 동물보호센터 사양관리사들의 하루를 체험해보기로 한 이유다.

보호견들의 식사시간에 맞춰 견사마다 물과 사료를 주고 있다.
■ 막연한 긴장 속 사양관리사 체험 시작!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호기로움으로 무장한 채 찾은 곳은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오전 9시부터 회의가 시작된다는 말에 미리 도착해 정문을 열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보니 유기동물의 안정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단다. 뒤이어 전선녀 주무관이 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려와 기자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10여 명의 직원이 다소 긴장한 기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편안하게 맞아줬다. 간단한 소개에 이어 회의가 시작되자 진지한 분위기 속에 보호동물들의 건강상태와 이에 대한 수의사의 치료일정 등이 공유됐다.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전문용어가 섞인 대화가 오가는 자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위기 파악을 위해 눈치를 보고 있던 기자에게도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견사를 청소하고 사료를 주는 ‘관리업무’였다.

 

반려동물의 ‘의·식·주’와 연계된 무거운 중책을 맡게 되자 책임감과 도전 정신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보호동물 돌보기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렸다.

 

야외활동에 앞서 강아지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호된 신고식… 강아지 변과의 전쟁

뜻깊은 첫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1층 견사로 내려가자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보호견들이 기자를 향해 일제히 짖어대며 ‘군기’를 잡기 시작했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소리와 위압감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황현식 반장이 “대부분 순한 녀석들이니 겁먹을 것 없다”며 기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황 반장의 도움을 받아 보호복과 장갑, 장화, 마스크로 완전무장한 채 거울을 보니 제법 사양관리사가 된 것 같았다.

 

우선 견사 안으로 들어가 청소용 호스를 받아들고 황 반장으로부터 견사 현황과 청소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대형견의 견사는 황 반장이, 소형견 견사는 초보자인 기자가 맡아 물청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강아지들의 변기(?)를 하나하나 꺼내 물청소를 시작하자 곳곳에서 배변의 결과물과 털들이 씻겨나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창문으로 먼 산만 바라보는 게 부끄러워서 딴청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어 수세미를 들고 나머지 오물들을 일일이 닦아내는데 슬슬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또한 습한 날씨 탓에 얼굴은 물론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1시간여에 걸쳐 1차 청소작업을 마치자 이번에는 배수구에 주변에 쌓인 강아지 변을 주워 플라스틱 바스켓에 담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녀석들이지만 쌓여 있는 강아지 변을 치우는 일은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황 반장은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듯 “아이고, 귀엽게도 쌌구나”라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매일 청소를 하느냐는 질문에 황 반장은 “절대 살이 찔 일은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잠시 찜찜한 마음을 가졌던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사양관리사 체험을 마친 뒤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스트레스 NO!… 야외활동은 필수

보호견들의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야외활동이다. 오랜 시간을 견사에서 지내다 보니 자칫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견들의 야외활동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는 말에 이번에는 김동욱 사양관리사를 따라나섰다.

 

장흥동에서 박스에 담긴 채 구조된 믹스견 4형제와 함께 견사 뒤편에 연결된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견사 안을 벗어난 녀석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술래잡기를 하듯 운동장 구석구석을 달리고 또 달리던 4형제는 한편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기자를 발견하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기자도 함께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몸으로 놀아주기에 나섰다. 1시간에 걸친 술래잡기로 체력이 바닥날 즈음 기자의 눈에 원반이 들어왔다. ‘과연 강아지들은 원반에 관심을 보일까?’라는 호기심과 함께 원반을 저 멀리 던졌으나, 아뿔싸…아직 어린 4형제는 원반에 관심이 없었다.

 

계속해서 술래잡기하자는 강아지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신발끈을 조였다. 이때 김 사양관리사가 구원투수처럼 간식을 들고 나타났다. ‘무한 달리기’로 허기진 4형제도 간식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4형제를 보며 ‘좋은 주인이 있었다면 모두 따뜻한 곳에서 원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보호견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견사청소를 하고 있다.
■ ‘반려동물등록제’ 정착 시급

일과를 마치기에 앞서 동물보호센터직원들과 하루 동안의 소회와 반려동물 유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현재 유기·유실동물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면 동물보호센터는 이를 구조해 일정 기간 보호 공고 및 관리하게 된다. 

만약 보호 공고 기간 내 주인과 연락이 닿을 경우 보호동물이 반환된다. 보호기간이 경과되면 입양이 가능해지지만 이마저도 실패할 경우 안타깝게도 안락사하게 된다.

 

문제는 시민들이 일부 인기종만 입양하려 하고 다친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입양 의지가 낮다는 것. 황 반장은 “다친 동물들을 입양할 경우 병원비가 많이 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입양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은 반려동물등록제 정착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려동물등록제는 동물이 유기됐거나 잃어버린 경우 고유의 등록번호를 통해 소유자를 쉽게 확인함으로써 동물의 유실·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소지현 수의사는 “반려동물등록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책임의식을 갖게 해 실증난다고 동물을 버리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 시절 시골 외가에 가면 흙길을 다니던 개와 고양이는 주거환경의 도시화로 실내에 함께 살게 되면서 애완동물로 불리기 시작했다. 특히 삭막한 개인주의 사회의 도래와 ‘혼밥’·‘혼술’의 일상다반사와 맞물려 애완동물의 지위는 반려동물로 격상(?)됐다.

 

반려동물의 사전적 의미는 ‘가족처럼 생각해 가까이 두고 보살피며 기르는 동물’이다. 사실상 가족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런 소중한 가족을 장난감처럼 샀다가 싫증이 나면 죄책감 없이 버리는 일이 이제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송우일기자

사진=전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