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독자투고] 지방대 인문계열에도 꿈은 있다

카지노 도박 사이트

나는 올해 2월 지방대학 중 취업사관학교라는 별칭의 경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학과니 당연히 공직을 목표로 하지만 내게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웠고, 그래서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기업체 문을 두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문계열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지만 직장을 찾으면서 ‘인문계 백수’라는 말을 실감했다.

 

고민이 깊어졌을 때 지도교수께서 섬유업에 대해 ‘저임금과 우회수출 등 이점을 찾아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해 있지만 나쁘지 않은 직장’이라는 설명과 함께 중견업체를 소개하셨다. 영신물산은 경기도 양주의 섬유업체로 원단에서부터 셔츠, 골프웨어, 아동복, 속옷 등을 생산하며 해외에도 공장이 있다. 적도 인근 과테말라 공장은 2만㎡ 넓이에 직원 300여 명이 하루 90t의 의류를 생산하는 큰 규모이다.

 

과테말라는 비행기로 이틀을 날아야 닿는 먼 곳인데 GDP도 겨우 684억 달러인 후진국이다. 또 지난 6월 한국 섬유기업 직원 살해 사건이 발생했고, 교도소 폭동과 규모 6.8 지진이 발생하는 등 치안 불안과 재난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한 흉험한 소문에다 지방대 행정학과 출신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채용이나 되겠나 하는 여러 걱정이 앞섰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심층면접에 임했다.

 

다행히 과대표 활동은 외국인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질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닥치는 대로 했던 여러 아르바이트 경험은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난관 극복 자질로 평가되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내가 우리 회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마음의 바탕이 되었다.

 

과테말라로 오기 전 내가 받은 직무교육은 디지털 프린터기 제조업체에서 캐드 운영 1주일과 니트를 캐드로 구동하는 교육 1주일 뿐이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어느덧 ‘머나먼 타국’ 과테말라의 현지법인에 거의 적응한 것 같다. 영어가 어색하고 스페인어는 모르는 상태라 아직 벙벙하지만 현지인들과 일하면서 벌써 말도 그럭저럭 배웠다. 무엇보다 사양산업인 줄만 알았던 섬유산업이 여기에서 얼마나 팔팔한지, 한국의 국부 신장에 얼마나 큰 보탬인지 깨달았다.

 

구직 중인 후배 취업준비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전통산업과 해외에도 길이 있다. 인문학과 그 소양은 모든 산업의 밑그림이다. 해외로 나가라!”

 

해외에서는 국내 학력과 스펙 대신 직무역량이나 도전의식을 높이 평가하므로 실무능력을 갖췄다면 지방대 인문계열 졸업생이라도 자신감을 갖고 문을 두드려 보라! 최악의 경우 중도 귀국해도 해외근무 경험은 국내에서도 썩 괜찮은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중에서도 비자 발급이 어려운 서구 선진국보다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선택을 권한다. 후진국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다소간의 치안 불안만 참으면 취업에 성공할뿐더러 장차는 해외 내지 수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직장생활에 만족하면서 왕성하게 과테말라와 섬유업을 배우고 있다. 이 기회에 해외취업을 주선해 주신 모교 경동대학교 행정학과 은사님께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으로 한국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도 안부 말씀을 올린다.

 

“저는 멀리 과테말라에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첨단기술을 익혀 실력 있는 섬유산업인이 되어, 어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

 

박경민 영신물산 과테말라 현지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