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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안양시청 청원경찰

친절한 미소·든든한 경비… 온종일 외유내강 ‘파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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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휘모 기자가 시청 청원경찰 일일체험을 위해 안양시 청사를 방문, ‘안전안양 Say’ 캐릭터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자는 공무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청사로 출근한다. 

물론 별도의 사무실도 있지만, 업무 특성상 공무원들을 많이 대면해야 하고 취재 활동에서도 청사를 방문해야 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청사 내에서 수많은 공직자와 안면을 익히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안양시청을 출입하는 나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자와 하루에 몇 번씩 마주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안양시청 청원경찰들이다. 시청을 방문한 이들이 가장 먼저 정문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즉 안양시청의 ‘첫 얼굴’인 셈이다. 

항상 따뜻한 미소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안양 관내 최고 주요시설인 시청의 치안을 담당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는 이들을 민원인들은 간과하기 쉽다.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한결같이 밝은 미소로 방문인들을 맞이하며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들의 일상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이유다.

■ 하나하나 차근차근… 청원경찰 업무 익히기

체험 시작 10분 전. 거울을 보며 외모 점검에 들어갔다. 실은 체험 전 민원인들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려고 미용실을 방문하려 했지만 바쁜 업무(?) 속에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거울 속에는 산발머리를 한 까무잡잡한 남자가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덩치가 커 보여 둔해 보이기까지 한 자신을 발견한 기자는 ‘젤이라도 머리에 바를까?’라는 고민을 잠시 했다. 그러나 멋을 내면 낼수록 오히려 촌스러운 스타일이 되는 자신을 잘 아는지라 세수에 로션만 간단히 바른 후 투입 전 업무 숙지를 위해 청원경찰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 눈인사를 주고받았던 장진규 반장(57)이 기자의 이름까지 적힌 푸른색 제복을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며 옷을 갈아입자 장 반장이 하루 일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청사방호 총괄을 담당하는 장 반장을 포함한 총 7명으로 구성된 안양시 청원경찰은 2인 1조로 오후 6시까지 교대 근무를 선다. 준비된 업무매뉴얼을 어설프게나마 숙지한 후 베테랑 장 반장과 함께 시청 본관 1층으로 투입, 청원경찰 업무를 시작했다.

청사 정문으로 들어오는 민원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 시청의 ‘첫 얼굴’… 밝은 미소는 필수!

하루 평균 200여 명의 방문인이 통과하는 청사 정문. 정문을 통과하는 민원인들을 상대로 문을 개방해주며 인사를 건넸다.

문을 개방하고 짧은 인사를 건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그러나 눈을 마주하며 밝은 미소를 보내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나 어색하고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장 반장은 “입꼬리가 한쪽만 실룩 올라가면 냉소로 보일 수가 있다”면서 직접 미소 시범을 보여줬다.

20여 명의 민원인을 맞이했을 때쯤 정문 5m 앞에서 한 여성시민이 양손에 짐을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저 민원인은 양손을 사용할 수 없으니 꼭 문을 열어줘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손잡이를 잡고 대기하는 데, 이런…. 장 반장은 한발 앞서 문을 열고 방문객에게 다가가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지만 문 개방에만 집중했던터라 멀뚱멀뚱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장 반장에게 멋쩍은 웃음만 지으며 안내데스크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 수십 차례 방문했었는데… 부서 위치도 ‘깜빡’

안내데스크는 말 그대로 부서 위치를 안내하는 창구이다. 데스크 밑에는 청사의 부서 위치와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힌 조직도가 비치돼 있었지만 3년이란 시간 동안 수시로 들락거린 부서들은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어 장 반장의 설명에 별다른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때 한 남성 민원인이 다가와 “경제정책과가 몇 층이죠?”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2층 송고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취재 차 수십 번은 왔다갔다했던 부서의 위치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 경제정책과요? , 3층입니다.”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일단 안내를 했고 민원인이 발걸음을 돌렸을 때 비로소 위치가 떠올랐다. 돌아서는 민원인을 쫓아가 2층이라고 정정을 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안양시청 출입을 처음 했을 당시처럼 부서별 위치를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하며 다음 민원인을 기다렸다. 이후 동안구청을 가는 방법, 식당의 위치 등등 밀려드는 안내 요청에 하나하나 응대하며 ‘인간 내비게이션’ 역할을 나름 성실히 수행했다.

안내데스크에서 민원인을 응대하고 있다.
■ 시청의 수문장!… 철통 청사 방호

다음 임무는 청원경찰의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는 청사 방호였다. 지하 2층부터 지상 8층으로 구성된 청사 곳곳의 상황을 점검하고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사전에 제거하려면 청사 내 순시는 필수다.

특히 3층에는 시장실을 비롯해 실ㆍ국장실이 있어 가끔 강성 민원인들이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불시 항의 방문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본사 정문에서 청사 개방을 하며 민원인들을 상대했을 당시 온화했던 장 반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장 반장의 눈빛은 매서웠다.

지하 2층부터 한층한층씩 이뤄진 청사 순시는 생각보다 구석구석 꼼꼼히 이뤄졌다. 순시 도중 파손된 복도 지면 등 시설물 하자가 발견될 때마다 장 반장은 메모를 남기며 후속 조치도 취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나갔다.

곧바로 이어진 외곽 순찰. 본관과 별관, 민원실 인근 외부를 돌며 상황을 체크해 나갔다. 특히 폭염이 지속하는 이런 환경에서는 민원인들의 건강에도 이상이 생겨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외곽 순찰이 필요한 시기라고 장 반장은 설명했다. 또 이날 본관 후문에서는 10여 명의 집회자가 모여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무력(?)충돌에도 대비해 순찰이 강화돼야 했다.

장 반장은 “청원경찰은 시청을 찾는 많은 집회자와 항의 민원인들을 수시로 상대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단련돼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평소 강인한 체력 관리와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순시하고 있다.
■ 청사 나서며 다시 한번 느끼는 ‘친절’

외곽 순찰을 마치고 교대 근무자에게 특이사항 등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뤄지며 체험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미 시계는 오후 5시를 넘고 있었다. 푸른 제복을 환복한 후 송고실에 들려 미처 챙기지 못한 기사들을 작성했다. 그리곤 미리 잡혀 있던 저녁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서둘러 짐을 꾸렸다.

청사를 빠져나가려고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장 반장과 청원경찰 2명이 기자를 반겨줬다. “하루 마무리 잘하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밝은 미소로 문을 개방해 주는 이들을 보니 불과 1시간 전에 잠시 함께 했던 체험 경험 때문인지 적잖은 동지애가 생겼다. 기자 역시 아직은 어색하지만, 오늘 배웠던 환한 미소를 보이며 “늘 고생하십니다”는 말과 함께 값진 청원경찰 체험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장진규 반장(왼쪽)이 일일체험중인 양 기자를 위해 청원경찰의 일과를 설명하고 있다.

안양=양휘모기자

사진=전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