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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식 칼럼] 소란스러운 정치, 이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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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소란스럽다. 다양한 사람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끼리 서로 다투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과정이 정치이자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조용하다면 그것은 이미 독재 권력일 가능성이 높다. 이 소란스러움을 즐겨야 만이 진정한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 천만 촛불잔치를 정리하는 자리가 어찌 조용할 수 있는가. 당연히 시끌벅적해야 하지 않는가. 소란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천 만 촛불이 타올랐던 2016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주권자들의 권리 찾기 대 장정이 이었다. 2017년은 이 촛불 장정을 넘어서 촛불의 명령이 실현돼야 한다. 그래서 새해 벽두부터 걱정스러운 일들이 많다. 우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목소리가 다양하다. 촛불현장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던 야권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보수진영도 각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래저래 정치권의 말잔치가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 말 잔치를 통해 국민들도 갈라져 분열할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이 현상을 두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낼 것이다. 분열주의자들은 이때쯤이면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을 꺼내며 정치권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같은 냉소주의에 편승해 정치권에 등을 돌린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중요한 시점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도 이 같은 냉소주의와 시민들의 무관심, 패배 분위기에 기인한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한 그리스의 폴리스(정치공동체 도시국가)를 보자. 이들은 신전인 아크로폴리스(acropolis)와 아고라(agora)에 모여 직접 자신들의 대표자를 뽑았다. 일정한 자격검증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기도 했다. 기회의 균등과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된 직접 민주주의다. 아고라 광장은 아마 거대한 소음공장처럼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다른데 조용할 리가 없다.

 

민주주의는 소란스러움이 싫으면 조용한 독재국가나 전제국가에 살아야 한다. 그래서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이야기하고 계층간의 이동이 불가능한 국가를 말하기도 했다. 서양사는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에 이어 신정, 왕정이라는 절대 권력자에 의해 지배돼 왔으며 수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리는 시민혁명을 통해 공화정을 부활시켰다.

 

우리의 공화정은 서양의 정착 과정과 다르다. 1789년 프랑스혁명은 자본제의 발전 과정에서 부자로 등극한 제3신분 즉 부르주아 계급이 주도한 시민혁명이다. 이후 가난한 사람과 여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렸다. 

이에 비해 우리는 왕정에서 지금의 공화정으로 오는 과정이 짧았다. 그래서인지 나라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좀 더디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촛불은 달랐다. 이전과 달리 자각한 주체들이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그 요구를 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민주주의의 이 소란스러움을 동력으로 세워야 한다. 이를 두고 분열이라 말하고, 자기 이권 찾기라며 비난하며 시민들에게 무관심을 조장하는 집단과 언론이 있다면 이들은 반민주적 무리들이다. 

이 소란스러움을 그대로 인정하고 전 국민이 원하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즐기는 것이 마땅하다. 목적이 뚜렷한데 그 과정이 좀 시끄럽고 복잡하다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불경에 “달을 가르키는 손을 본다”(능엄경)는 말이 있다. 해탈을 하라는데 그것은 보지 않고 해탈의 방편인 손가락에 집착한다는 의미다. 손가락은 좋은 선법이나 부처님의 가리침 등이므로 이를 잘 따라가면 달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다양한 방편을 두고 좋으니 나쁘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방편이 없으면 달을 볼 수가 없다. 민주주의의 소란함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방편은 다양하고 소란스러울 수 있지만 민주주의 완성이라는 목표는 같다.

 

이제 우리들은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누가 민주적인가 아니면 반민주적인가를 가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깨어있어야 한다. 서암화상은 스스로 깨어있기 위해 자문자답(自問自答)을 했다고 한다. “주인장, 예, 정신 차려야 해, 예, 차후로 다른 사람한데 속아선 안 돼, 예 알겠습니다”.

 

새해 대한민국 시민 스스로가 해야 할 자문자답이다. 깨어 있어야만 정치인의 달콤한 말에 꼭두각시처럼 따라가지 않을 수 있으며 진실과 거짓을 분리할 수 있다. 깨어있는 시민이어야 자신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최종식 미디어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