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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관 칼럼] ‘민족’을 지운 국정 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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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국사교과서가 박근혜 대통령의 중점 추진사업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내년부터 사용할 국정 국사교과서 집필자를 그동안 비밀에 붙이고 졸속으로 진행하는 등 당당하지 못했다. 

역사관을 통일하여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겠다는 것이 국정 국사교과서의 목적임을 모두가 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게다가 무엇인가 불순한 의도가 담긴 역사책을 만들려고 하니 당당하게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1월28일에 국정 국사교과서 검토본과 집필진이 발표되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일제 조선총독부가 만든 식민사학을 추종하고, 최근 식민사학을 확대 전파하는 매국사학의 관점에서 기술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국정화 포기와 검토본 페기를 요구하는 각계의 저항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부와 대통령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 국사교과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국정 국사교과서 검토본에 많은 오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민족’을 지웠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왜 ‘민족’이라는 용어가 국정 국사교과서에서 사라졌을까.

 

첫째, ‘민족’이라는 용어에는 단군조선에서 시작하는 우리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민족의 형성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장구한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 역사 교과서는 ‘민족’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한국인’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용어는 대체로 광복 후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다. 결국 단군조선을 부정하여 매국사학에 동조하고, 1948년 8월15일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이 아니라 건국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교묘한 술책인 셈이다. 

광복 후 처벌받지 않고 반공주의자로 변신해 정부수립에 참여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은 건국절이 되면 건국에 공이 있는 사람이 되고 친일 반민족이라는 부끄러운 경력을 세탁해 애국자가 된다.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이 통곡할 일이다.

 

둘째, 식민사학에서는 ‘민족‘이라는 용어를 혐오하고 경원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 역사학은 민족사학과 식민사학으로 구분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민사학이 자신들을 강단사학으로, 민족사학을 재야사학으로 재단했다. 최근에는 강단사학이 재야사학을 사이비사학으로 규정했다. 결국 민족사학을 사이비사학으로 매도한 것이다. 

식민사학자들은 민족주의는 극우이고 국수주의적이기 때문에 항상 위험하고 나쁜 사상이라고 강조한다. 대일항쟁기 애국지사들의 민족주의가 국수적인 경우는 없었다. 식민사학자들이 민족에 죄를 지은 것이 사실이고 자신들의 대척점이 민족사학자들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민족을 지우려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식민사학자들의 이런 시도는 언젠가는 처벌받아야 한다.

 

셋째, 통일의 당위성을 부인하여 남북분단을 고착시키기 위해서 ‘민족’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의 가장 중요한 공통분모는 같은 민족이라는 점이다. 같은 민족이니 하나의 나라를 건설하는 통일은 당위이다.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남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니 ‘민족’이 ‘한국인’으로 대치되면 통일의 당위성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민족’을 지운 데는 남북분단을 고착시키려는 저의가 깔려 있는 것이다. 통일되면 매국식민사학자들이 설 땅이 없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민족’을 지운 국정 역사교과서는 매국식민사학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숨기고, 남북 분단을 고착시키고, 친일 반민족 행위를 세탁하는 교묘한 수단인 것이다. 이 검토본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의 염원과 헌법정신을 위반하고 있다. 이런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 ‘민족’을 지웠다면 매국식민사학은 다시 한 번 민족반역죄를 저지른 것이다.

 

정부는 검토본을 폐기하고 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하면 된다”가 아니고 “되는 일을 해야 한다.”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국민적 저항이 있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당장은 검인정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유발행제로 가야 한다. 자유발행제는 소위 시장이 좋은 교과서를 선택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허성관 前 행정자치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