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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칼럼] 위대함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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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근본적으로 문화적 존재다.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여 인간과 관계없이 존재하던 자연의 세계 위에 무늬를 그린다. 

무늬를 그리면서 자연 세계를 변화시키는 인간의 행위를 ‘문화’라 하고, 문화적 활동의 결과로 눈앞에 세워진 다양한 내용들을 ‘문명’이라 한다. 한 인간의 높이는 문화적인 수준이 얼마인가가 결정한다. 개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가의 문명적인 수준도 마찬가지로 문화의 눈금으로 결정된다.

 

문화도 가장 원초적으로는 ‘생각’에 의해 지배된다. 결국 생각의 수준이 그 문화나 문명의 내용과 높이를 좌우한다. 한 인간의 높이가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의 수준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도 매우 당연하다. 국가도 그러하다. 

그런데, 문화나 문명의 내용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생각’은 많은 경전들에 집약되어 축적되고 전승된다. 그래서 문명국에는 문화가 응축된 경전들이 존재한다. 그 경전들은 인종과 지역에 상관없이 보편적인 존경을 받으며 긴 시간동안 비판과 반대나 전쟁뿐만 아니라, 햇빛이나 비바람 그리고 천둥 번개들까지도 이겨내며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도 인류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따로 ‘고전’(古典)이라고 존칭한다. 문화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발휘하는 탁월한 능력은 모두 ‘고전’으로 모인다. 따라서 선도국에는 생각을 선도하는 증거로서 ‘고전’이 존재한다. 지금 이 단계에서 우리는 ‘고전’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도 고전의 생산국이 되는 도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찾아와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고전을 추천해 달라 했다. 서양 현대 철학을 연구하는 학생이어서, 나는 오히려 전혀 다른 쪽에서 더 도전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중국의 고전 가운데 하나인 ‘장자’를 권해 주었다. 사실 ‘장자’라는 책은 서양 현대의 철학자들이나 예술가뿐만 아니라 심리학자들에게까지도 매우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 책이다. 

몇 개월 후에 학생이 다시 찾아왔다.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으며,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면서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이제 장자처럼 살아보려고 합니다.” 이 말은 요즘 나의 문제의식을 매우 부정적으로 자극하였다. 

나도 한 마디 했다. “이 사람아, 장자를 감명 깊게 읽고 나서 기껏 한다는 말이 장자처럼 살아보겠다는 것인가? 그럼 자네는 어디 있을 요량인가?” 장자는 절대 자신 이외의 그 누구처럼 산 사람이 아니다. 장자 자신처럼만 살다 간 사람이다. 자신처럼 혹은 자신으로만 사는 자신을 자신의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한 사유의 결과물로 ‘장자’가 태어났을 뿐이다. 

우리에게 존경받는 수많은 고전 가운데 어느 한 권이라도 자신 이외의 누구처럼 살다가 나온 것이 있겠는가. 플라톤은 플라톤 자신처럼 살다가 ‘국가론’을 남겼고, 노자도 공자도 다 각자 자기 자신으로만 살다가 ‘도덕경’과 ‘논어’를 남겼다.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도 오직 자기처럼만 산 사람이다. 그 결과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인류의 빛으로 세워놓았다.

 

이제 알겠다. 위대한 고전들은 다 자기 자신처럼 산 사람들이 남긴 결과라는 것을. 그렇다면 위대함은 다 자기 자신으로만 산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것도 알겠다. 고전을 생산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으로만 살았는데, 고전을 존숭하는 자들은 그 고전을 따라 살려 한다.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만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건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