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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리 칼럼] 가을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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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뚝뚝 떨어집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가을입니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낙엽꽃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요즘 눈 호강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봄산은 가까이 보고 가을산은 멀리 보라하는데 아마도 피어나는 것과 지는 것을 얘기 하는거겠지요. 맞아요. 봄산은 정말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찌나 아름다운지 가까이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멀리 보라하는 가을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제게는 이 가을이 가까이 가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옛 말이 틀린것은 아닐테니 제가 틀린걸까요. 아님 멀리 보라 했던 깊은 가을의 뜻을 이제야 제가 제대로 보기 시작한걸까요. 낙엽들을 보다보면 참 경이롭습니다. 같은 곳에 서 있는 같은 종의 나무들인데도 어찌나 각자 다른 자기를 오롯이 내어보이는지요. 햇볕과 바람에 따라 또는 자기본래의 상태에 따라 정말 각기 다른 색들을 냅니다. 때로는 노랗게 빨갛게 갈색으로도….

 

그래서 가을 나무는 우리에게 선생 같습니다. 그렇게 다른 거라고 모두 다른 거라고. 환경에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기억하라고 얘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상처입은 모습까지도 얼마나 다르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얘기를 해줍니다.

 

예쁜 낙엽 들을 유심히 볼 때가 있습니다. 입으로는 연신 예쁘다 예쁘다를 연발합니다. 생각합니다. 인생의 가을을, 가을을 맞는 사람들을…. 그들을 향해 계속 예쁘다 예쁘다를 연발하는가를.

우리네 인생도 분명 가을이 있습니다. 이미 가을을 맞고 있는 사람들. 또 가을이 짙어 다 떨구인 낙엽들이 되어 있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카메라에 기억에 담고 싶어하는지.

 

낙엽 앞에 부끄러워집니다. 또 역시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고 느끼고 싶은 것만 누리는게 아닌가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이렇게 나 스스로가 또 단풍이 됩니다. 나의 가을도 아름다우면 좋겠습니다. 열매도 잘 맺고 또 떨궈야 할 때 잘 떨어져서 부는 바람에도 가벼이 날아 앉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그런 가을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봄도 여름도 충분히 감사하지만 인생의 가을이 욕심으로 부여잡는 것이 아닌 가벼워짐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가을에 낙엽을 잘 떨궈야 겨울을 잘견디며 봄을 준비하듯이 이제는 내려놓음에 마음을 더 쏟아야한다고 가을나무들이 얘기 하는듯 합니다. 내려놓음. 가벼워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책갈피에 꽂혀있는 단풍잎처럼 길거리에 널려 있는 은행잎처럼 나와 그대가 같이 한다면 우리의 가을도 그렇게 멋진 풍경화가 될 것 같습니다.

 

백발이 아름다운 세상. 내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비워져서 가벼워져서 조금은 더 약해져서 아름다운 세상. 나의 백발이 그대의 백발이 아름다운 그런 세상이 문득 그리워지는 비내리는 가을날 오후입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정애리 월드비전 친선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