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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돋보기] 사랑한다면 처벌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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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 살이었던 그녀는 존경받는 중학교 선생님이었다. 이미 결혼하고 출산해 어린 아이를 두었던 그녀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그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출산과 함께 부부관계에 시들해진 남편 대신 그의 정열은 육아로 지친 그녀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의 구애는 젊은 시절을 어딘가에 잃어버리고 온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녀에게 일깨워주었고 둘은 결국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사랑의 대가는 컸다.

결국 그녀는 구속됐고 그와의 사랑 때문에 징역살이를 하게 됐다. 간통죄는 미국에 없지만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관계를 갖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만 15세 제자와 사랑에 빠졌던 여선생님은 의제(擬制)강간죄로 처벌을 받게 됐다. 수감될 당시 제자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여교사에 대해 플로리다 법정은 엄중한 법집행을 했고 그녀는 파렴치범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로 처벌받는 경우는 아래 네 가지다. 첫째 미성년자를 폭행ㆍ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경우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강간죄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둘째 형법 305조는 ‘13살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한 자는 강간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제(擬制)강간’ 조항이 이것인데 미성년자가 아무리 자발적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만 13세 미만 아동의 성은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형사처벌을 내린다.

셋째 성관계를 가진 미성년자가 만 13세 이상~만 19세 미만인 경우 자유의사에 의해 성관계를 했어도 속아서 했다고 인정되면 ‘위계에 의한 간음죄’로 처벌된다. 넷째 성관계를 한 미성년자가 만 13세 이상~만 19세 미만인 경우 자유의사로 성관계를 했어도 대가가 있었다면 성매매로 인정돼 처벌받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만 13세가 넘어서면 사제지간과 같은 특수 관계에 있어 발생하는 다양한 성적 유인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위에 제시한 사건도 만일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였다면 물질적인 대가나 폭력 혹은 명시적인 속임수 등이 없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만 15세 이하의 아동ㆍ청소년은 아직까지 의사결정력이 성인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확실히 성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때 물론 또래들끼리의 연애는 처벌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작년에도 금년에도 우리나라 사법부는 비슷한 연령대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어른들을 처벌하지 않았다. 만 15세 여중생을 연예인 만들어주겠다고 꼬드겨 내연관계를 맺은 기획사대표에게 대법원은 무죄 평결을 내렸고 얼마 전에도 만 15세 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교사에게 사랑했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과연 우리나라의 만 15세는 미국이나 영국 호주나 대만의 또래들보다 더 성적으로 성숙한가? 의사결정력 역시 더 우수한가? 갑자기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의제(擬制)강간의 연령기준이 적합한 것인지 공론을 모아볼 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