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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칼럼] DMZ 60년, 그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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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잘린 국토의 최전선, 철원의 중부전선 백골부대 멸공 오피(OP)에서 철조망 휘어감긴 삼엄한 철책 너머로 북녘의 산하를 바라본다. 갈 수 없는 땅이라서 더욱 애틋한 정감을 불러 일으키는 산풍경. 철조망이 아니라면, 멧부리마다 올라앉는 초소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평화로운 풍경일까.

남과 북이 살벌하게 대치한 분단 현장은 철책선이 겹겹이 둘러쳐져 있고 긴장과 정적이 감돈다. 더 이상 발을 내디딜 수 없는 DMZ(비무장지대)엔 언제 따사로운 봄이 올 지 알수가 없다. 이곳에서는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듯 싶다.

너른 평원 위로 짙푸른 물줄기 하나가 도도히 흐른다. 철책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새처럼, 금강산 아래 장암산 남쪽 기슭에서 흘러내린 한탄강이 분단의 벽을 넘고 있다.’

냉전의 산물, 남북분단의 장벽

2004년 경기일보에 ‘한반도의 보고 한탄강’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여러 차례 북한과의 접경지역을 다녀왔다. 취재지역이 DMZ과 접해있거나 민간인통제선 안쪽이 많아 자주 군부대 허락을 받아야 했고, 곳곳에 묻혀진 지뢰를 밟지않을까 가슴 조렸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내 나라 땅이면서도 더는 갈 수 없는 막 다른 곳에 서 있자니, 가슴 한켠이 아리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났었다.

올해로 한반도의 DMZ(Demilitarized Zone)이 만들어진지 60년이다.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이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에 의해 휴전되면서 생겨났다. 한국전쟁이 종전(終戰) 아닌 정전(停戰)으로 마무리되면서 육상의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씩 양국의 군대를 후퇴시키기로 약속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은 남ㆍ북한이 아닌, 유엔군이 관리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넘었서도, 세계 냉전체제가 무너진 지 한참 됐어도 DMZ는 여전히 세계 냉전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남북분단의 장벽으로 살아있다.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오랜 세월 발길이 닿지 않음으로 해서 자연생태계가 순수하게 보존돼 있다.

DMZ 인접지역엔 식생우수지역, 습지, 희귀식물군 서식지, 자연경관지 등 다양하고 중요한 자연생태지역이 존재하며 고등식물과 척추동물 약 2천930여종이 서식·분포하고 있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동식물종의 30%에 해당하며 이중 두루미, 저어새, 수달, 산양 등 보호가 절실한 멸종위기종이 82종이나 된다. 또 동아시아의 철새 이동경로상에 위치해 다양한 철새 서식지로도 중요하다. 이로 인해 DMZ는 국제적으로 생태적·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DMZ 주변 접경지역은 그동안 과도한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및 취약한 산업기반으로 소외돼 왔지만 통일이 이뤄지거나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한반도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적대와 단절의 접경지역에서 화해와 통합의 접경지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DMZ와 관련된 여러 계획이 접경지역과 분리된 채 진행되고 있지만 DMZ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접경지역을 고려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DMZ의 배후도시인 접경지역에 산재해 있는 통일·안보·역사·문화·생태자원을 활용해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평화의 상징, 세계의 DMZ으로

DMZ가 갖는 세계평화의 상징성과 생태관광 가치를 극대화 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뿐 아니라 지질공원(Geo Park),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DMZ의 반쪽이 소재한 북한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중 의회 연설에서 DMZ내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해 평화와 신뢰가 자라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DMZ 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되면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신뢰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엔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MZ 60년, 세계속의 새로운 DMZ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