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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읽기] 자연을 살리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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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사내가 힘찬 붓질로 무엇인가를 그려나간다. 하얀 바탕 위에 녹색을 띤 드로잉자국이 선명해지고 있다. 세로로 한 줄을 긋고 상단에서부터 타원형의 도형을 그려나간다. 짐작컨대 이것은 나무줄기와 푸른 잎사귀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하얀 바탕의 정체가 요상하다. 도화지도 캔버스도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가슴팍이다. 말끔히 차려입은 청년이 무슨 연유로 바닥에 드러누운 것인가.

이유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명예교수)’의 그린페인팅 퍼포먼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오래 입고 헐거워져서 이제는 버려질 처지에 놓인 하얀 티셔츠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푸른 잎사귀, 돌고래, 별 등 다양한 드로잉을 새긴다. 미리 헌 티셔츠를 준비하지 못한 청년이 급한 마음에 착용한 상의에 직접 드로잉을 받게 된 것이다.

윤 교수를 만난 것은 따뜻한 봄날 오후다. 오래된 야구 모자와 흰 티셔츠를 착용한 그는 수염조차 정리되지 않아 삐죽삐죽 튀어나온 자연인 자체였다. 교수이자 세계적 인지도를 지닌 디자이너인 그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행색에서 그가 추구하는 정신과 실천의 일치를 느낄 수 있다.

그는 거의 자가용을 타지 않는다. 가능한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탄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만 할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와 실용적인 무엇을 만들어낸다. 종이나 플라스틱 폐품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이나 광고를 위해 잠시 쓰다 폐기되는 현수막의 천의 재활용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소재에서 무한한 아이디어를 창출시키고 그곳에 환경의 푸름을 새겨 넣는다.

윤호섭은 국내 그래픽디자인 1세대로 70~80년대에 이미 88올림픽, 대전엑스포, 펩시콜라 한글로고 디자인 등의 대중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그린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출했다. 프로젝트의 비전, 의도, 개념 등이나 선전하고 제품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호와 사인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그래픽디자인의 광고적 특성을 생태, 환경, 자연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그는 환경보호와 친자연적인 삶의 실천은 작은 행동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주변을 살피고 약자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는 것부터라고 말이다. 자신을 보호하고 고집을 지키기 위한 개인적인 자존심이 아닌 지구의 환경, 생태를 아끼고 지키는 것이 진정한 자존심이라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사용하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닌 보존하고 지켜서 후세에 온전히 전달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린페인팅 퍼포먼스, 그렇게 예술은 환경을 지키는 희망의 몸짓이 된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학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