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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칼럼] 나누면, 내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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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아프리카의 심장 콩고민주공화국의 땅을 밟은 적이 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 드넓은 초원과 동물의 왕국 등 ‘감상적인’ 아프리카를 생각하며 떠난 여유로운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접한 모습들은 오래도록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군부 쿠데타와 독재, 내전 등으로 피폐화된 콩고민주공화국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전 세계에 구호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었다. 영양실조로 굶어 죽는 사람, 더러운 물을 먹고 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 별 것 아닌 상처가 썩어 들어가 병원에도 못 가보고 죽는 사람,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 빵 한 조각에 유린 당하는 어린 소녀들…. 그곳의 풍경은 열악하다기 보다 처참했다.

하지만 유난히 많은 아이들의 눈망울은 검은빛 피부 속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맑게 빛났다. 그래서 맘이 더 아프고 저렸다.

콩고서 만난 아니타, 딸이 되다

그때 만난 한 여자아이가 가끔 생각난다. 콩고에서도 깡시골에 속하는 풍구루메에 사는 아니타(Anita)다. 당시 8살이었는데 학용품과 선물을 받아들고도 기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처음 만나는 나에게 꼭 안겨 수줍어 하면서도 환환 미소를 잃지 않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따뜻하게 포옹하며 서로 진한 뭔가를 나눴다. ‘thank you’를 연발했던 아니타 아버지의 선한 눈빛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후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아니타의 사진을 받아보는데 해마다 부쩍 크고 있다. 딸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타를 만나게 된 건 월드비전을 통해서다. 콩고에 가기 전 두 아이와 결연을 맺었는데 거기서 아니타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무토시에 사는 남자아이 바네사(Vanessa)는 사진으로만 만나고 있다. 매년 건강 상태는 어떤지, 학교엔 잘 다니는지, 관심사가 뭔지 등이 편지로 전해져 온다.

이들에게 매달 후원을 통해 작은 도움을 주고있다. 적은 액수지만 현지에서 예방접종도 받고 밥도 굶지않고 학교에도 갈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지구촌 저편의 어떤 아이가 나의 작은 도움으로 밝고 건강하게 살고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경기일보엔 제3세계 아이들과 결연을 맺은 기자들이 많다. 케냐, 콩고, 가나, 이디오피아, 네팔, 캄보디아 등 도움이 손길이 절실한 세계 여러나라의 어린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이런 인연은 경기일보와 월드비전이 1998년부터 사랑의 빵 나누기 캠페인 등을 통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지구촌의 어린이들을 돕고있기 때문이다. 매년 월드비전이 도움을 주고있는 현장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때 취재에 동행했던 기자들이 1~2명의 아이들과 결연을 맺고 꾸준히 후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후원은 굶주리고 가난한, 그리고 병든 아이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해준다.

‘사랑의 점심나누기’ 희망 대장정

나눔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있는 경기일보가 창간 25주년을 기념해 월드비전과 함께 ‘사랑의 점심 나누기’ 희망대장정에 나섰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이다. 도내 결식아동을 위해, 또 제3세계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벌이는 ‘사랑의 점심 나누기’ 캠페인은 지난 3일 군포에서 시작, 2개월여간 도내 31개 시ㆍ군을 순회하며 전개된다. 모금액은 국내 어린이들에게는 교육비와 식비, 도시락 나눔, 주거비, 의료비 등의 형태로 전달되며,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에게는 학교와 식수펌프 등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우리가 점심 한끼를 굶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엔 간헐적 단식이 유행이어서 하루 한끼만 먹고 두끼를 일부러 굶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점심 한끼를 먹는 것이 생명을 이어가는 절박함일 수 있다. 그러기에 사랑의 점심 나누기를 통해 위기의 아이들에게 점심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밥의 의미를 넘어선다. 한끼의 점심은 그들에게 생명이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갖게하는 양식이다. 나눔은, 그래서 소중하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