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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칼럼] 공립 박물관, 영업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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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해 운영 중인 전국의 공립박물관은 312개다. 이 중 124개가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0명 미만이고, 68개는 50명 미만이다.

조해진(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 자료다. 경기도 화서기념관과 연천향토사료관, 강원도 양구 팔랑민속관은 연간 관람객이 1천명 안팎에 그쳤다. 하루 평균 30여명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박물관의 상당수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애물단지’는 주민 세금으로 지은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적다해서 빗댄 말이다.

반면 박물관 수는 2003년 70개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박물관이 급증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자체장들이 치적 쌓기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지었기 때문이란다. 손님 없는 공립박물관이 전국에 난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는 지자체장의 전시행정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까다롭지 않은 설립 규정도 박물관 난립을 부추기는 요인이란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지자체가 예산과 조례를 마련하면 설립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소장 유물을 관리하는 전문가인 학예사도 1명만 있으면 된다. 박물관 설립 기준을 강화해 세금이 낭비되는 일을 막아야 된다는 지적한 배경이다.

관람객 감소 이유 중 가장 큰 게 전시유물 복제품이 많은 탓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7억원, 많게는 120억을 들여 지은 박물관 중 40%가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0명 이하, 21%가 50명 미만이라면 곤란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박물관은 영업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세수를 늘리거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건립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물관은 인류와 그 환경에 관한 물적 증거를 학습ㆍ교육 및 오락을 목적으로 수집ㆍ보존ㆍ연구ㆍ전시하여 사회와 그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항구적인 비영리 기관이다”라고 정의하였다. 197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채택된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박물관헌장’의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의 기록이나 발굴조사된 유적 등으로 미루어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초기형태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고대사회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에 고려시대의 宮苑에 진기한 새ㆍ짐승을 길렀다든가, 진기한 노리개와 서화를 모아서 좌우에 진열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근대적인 의미의 박물관은 조선 말기부터 시작됐다. 1908년 순종이 창경궁 안에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 : 후에 일본이 李王家박물관으로 개칭)과 식물원ㆍ동물원을 발족시켰고, 박물관엔 삼국시대 이래의 미술품이 전시됐다. 1909년 박물관ㆍ미술관ㆍ동물원을 일반에 공개한 것이 근대적 박물관의 시작이다.

1915년 경복궁 내 총독부박물관이 준공ㆍ개관됐고 그 뒤 경주ㆍ부여ㆍ공주분관이 설립됐다. 개성부립박물관ㆍ평양부립박물관도 개관됐다. 1945년 해방 후 총독부박물관이 국립박물관으로 개편되면서 경주ㆍ부여ㆍ 공주분관들은 국립박물관의 분관이 됐다. 1970년대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기존 박물관들의 신축ㆍ이전 등 새로운 여러가지의 박물관 개관 등 박물관의 발전이 상당했다. 1972년 국립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직제가 개편됐고, 경주ㆍ부여ㆍ공주분관들이 각각 국립박물관으로 승격됐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박물관에 대한 인식과 여가선용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공립(시ㆍ도ㆍ군립)이나 사설 또는 대학부설의 종합박물관 및 특수박물관 등 시설이 급증했다.

1984년 박물관법, 1985년 박물관법 시행령이 제정ㆍ공포된 이후 1989년 개정됐으나 사회적 욕구의 변화에 비추어 문제점이 많았다. 등록요건ㆍ설립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제도를 강화해야 된다는 필요에 따라 정부는 1991년 11월30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제정ㆍ 공포했다.

이 법은 “박물관은 인류ㆍ역사ㆍ고고ㆍ민속ㆍ민속ㆍ예술ㆍ동물ㆍ식물ㆍ광물ㆍ과학ㆍ기술ㆍ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ㆍ보존ㆍ전시하고, 이들을 조사ㆍ연구하여 문화ㆍ예술ㆍ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교육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라고 정의했다. 궁극적으로 박물관은 현재와 과거의 문화유산ㆍ자연유산을 미래에 전승하고,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관’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요람이다. “관람객이 적어 돈이 줄줄 새는 지자체 박물관”이라고 질책만 할 게 아니다. 되레 무료관람으로 운영방침을 바꾼다면 많은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다시 찾을 게 분명하다.

임병호 논설위원社史편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