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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칼럼] 책읽는 도시 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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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인 A씨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군포시청을 찾는다. ‘밥상머리 북카페’에서 놀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읽다가 좋은 문구가 나오면 스마트폰으로 찍어 남기기도 한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다. 그의 아이들도 동화책이며 위인전 읽기를 좋아한다. 이제 주말이면 아이들이 아빠 손을 잡아끌고 북카페에 가자고 한다.

군포시청 현관엔 ‘밥상머리’란 북카페가 있다. 1층 전체를 리모델링 해 아늑한 북카페로 꾸며 시민들이 아무때나 들러 편안하게 책을 읽는다. ‘밥상머리’는 모든 교육이 시작되는 밥상머리처럼, 이곳에서 밥이 되는 양식을 쌓고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자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북카페엔 1만여권의 도서가 갖춰져 있고, 관내 공공도서관과 시스템을 통합해 대출 및 반납도 가능하다. 여기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아이들의 도서관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북카페는 40여명의 자원활동가들이 운영하고 있다.

동네 곳곳마다 도서관ㆍ북카페

군포엔 공공도서관 5개, 작은 도서관 35개, 미니문고 26개, 북카페 5개가 있다. 인문학ㆍ다문화ㆍ실버ㆍ천문 등의 테마도서관이 있는가하면, 상가와 아파트ㆍ동주민센터ㆍ경찰서ㆍ군부대ㆍ공장 등에도 작은도서관이나 미니문고가 있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책을 접하고 읽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군포시의 계획이다. 시민들이 찾아오는 도서관이 아닌, 시민들을 찾아가는 도서관을 표방하며 앞으로 재래시장과 쌈지공원 등에도 미니문고를 만들 생각이다. 덕분에 책의 향기가 군포시민들 속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군포시가 책읽는 도시로 뜨고있다. 군포시에 가면 책읽는 소리가 들린다.

‘휴먼시티 수원’ ‘판타지아 부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 ‘희망도시 의정부’ …. 지방자치단체마다 이색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군포시는 ‘책읽는 군포’를 으뜸 시책으로 혁신적인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 군포하면 책, 책하면 군포가 떠오를 정도가 됐다.

군포시는 보잘 것 없는 지자체였다. 인구 29만명, 면적 36.36㎢로 전국 165개 도시 중에서 세번째로 작은 도시다. 서울 주변부의 위성도시로 유명한 전통문화도 없고, 특산물도 없다. 수리고를 졸업한 김연아 선수를 말하면서 군포를 떠올렸던게 전부였다.

그러나 책을 도시브랜드로 만들고 책의 도시로 키워 나가면서 군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손만 뻗으면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독서정책을 전개하면서 책읽는 시민이 늘고 도서관 이용률이 경기도내 1위를 기록했다.

군포가 책읽는 도시로 유명해진데는 김윤주 시장의 역할이 컸다. 민선 2기ㆍ3기에 이어 5기 시장을 지내고 있는 김 시장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정규학력이 초등학교가 전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동네 책방의 책을 모두 읽었고, 그런 경험이 삶의 자양분이 돼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시장은 ‘책으로 사람을 만들고 책으로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책읽는 군포’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책읽는 군포’ 전담부서도 설치

군포시는 지자체 최초로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전담부서인 ‘책읽는 군포팀’을 설치해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매월 유명인사를 초청한 ‘밥이 되는 인문학’ 강의는 인근 도시에서까지 찾아와 좌석이 없을 정도고, 거실의 TV를 없애고 서재로 전환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의 참여도도 높다. 이외에 한도시 한책 읽기, 책읽는 시범학교, 북 콘서트, 북 페스티벌, 위드북스타트, 도서나눔전 등 책과 관련된 사업들이 성과를 거둬 타 지자체에서 벤칭마킹을 올 정도다.

책을 통해 지자체의 비전을 찾아가는 군포시의 발상이 신선해 보인다. 빌 게이츠가 어느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는 조국도 어머니도 아닌, 어린시절 우리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한다. 훗날, 세계적인 한국인 석학이 어느 시상식에서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어린시절 책과 더불어 살던 군포라는 도시에서 익힌 독서 습관때문이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해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