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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칼럼] 졸업 안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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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모 대학 경영학과에 다니는 윤모씨(27)는 계속 4학년 2학기생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이맘때 졸업해야 했지만 취업이 안돼 ‘졸업유예’를 신청했다.

윤씨는 2009년 군 복무를 마친 뒤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했지만 떨어졌고, 2년 전부터는 대기업 공채로 방향을 틀었지만 아직 합격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그는 또 한 학기 졸업을 연기하기로 하고 졸업유예 신청을 했다. 물론 맘은 편치않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 졸업유예를 반복한 응시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불안하기만 하다.

대학가 졸업 시즌이 다가왔다. 하지만 윤씨처럼 제때 졸업을 안하고 졸업을 유보하는 대학생들이 크게 늘고있다. ‘기’ 졸업자보다는 대학에 적을 둔 졸업 ‘예정자’가 취업에 다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졸업 뒤 백수 소리를 듣는 실업자로 남느니 차라리 학교에 남아 상황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학생 10명중 4명 ‘졸업유예’

취업난과 함께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졸업유예는 이제 대학가의 새로운 풍속도가 돼버렸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학생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기 중 한 번도 휴학하지 않고 대학 4년을 다닌,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식 졸업은 학생들에게 꿈일 정도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대학교 4학년생 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42.7%)이 ‘졸업을 연기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으로 보면 상경계열(52.3%)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이·공학 계열(42.4%), 사회과학계열(42.4%), 예·체능계열(37.5%), 인문계열(37%) 순이었다.

졸업 연기 사유는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67.3%·복수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 ‘기업이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해서’(45.5%),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37.6%), ‘졸업 후 구직 기간이 길어질까 두려워서’(31.2%), ‘인턴십 등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19.2%) 등을 꼽았다.

졸업연기 방법으로는 ‘졸업유예제도 신청’(57.9%ㆍ복수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토익 등 졸업 필수요건 미충족’(25.6%), ‘졸업 논문 미제출’(11.7%), ‘교수에게 F학점 요청’(7.9%) 등이 있었다.

실제 경기도내 대학마다 졸업유예 신청자가 수백명에 이르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등록을 받는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올해 졸업대상자 3천400여명중 600~700여명이 유예 등록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대도 지난해 12월 졸업유예 신청을 마친 상태로 717명이 등록했으며, 단국대는 졸업예정자 2천500여명 중 500명 안팎이 졸업을 연기할 것으로 예측했다. 졸업유예생은 매년 더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 5학년, 6학년의 ‘장기 대학생’은 졸업유예시 강의를 듣지 않더라도 수업료를 내야한다. 학적부에 등록하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최소 금액은 대개 등록금의 6분의 1이나 기성회비의 20% 정도다. 보통 50만원 이상 된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에 갇혀 인생의 황금기인 대학생활의 낭만과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대학생들은 취업 준비생으로 불리고,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이 아니라 취업스쿨로 변질된 지 오래다.

취업 여부가 졸업의 기준

취업이 어려워 대학생들의 졸업기간이 늘어가고 취직 연령이 높아진다. 결국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저출산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자식 뒷바라지 하는 부모들의 부담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심각한 사회문제다.

대학생들의 취업 여부가 졸업의 기준이 되고, 취업이라는 바늘구멍을 뚫을 때까지 졸업 학사모 못쓰는 청춘들. 이 시대 대학가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