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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 읽기] “빌바오 구겐하임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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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에 위치한 빌바오市는 철광석이 풍부한 분지로 둘러싸여 15세기 이래로 철광석을 채굴하는 광산과 제철소, 조선소 등이 성행한 중소 공업도시다.

하지만 1970년대에 이르러 철광, 조선사업 쪽에서 아시아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빌바오의 중심사업인 중공업과 해운 조선업은 이내 사양길을 맞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조선기술 발전이 빌바오의 몰락에 치명타를 가했다는 설득력 있는 의견도 있으니 빌바오에 가신다면 약간의 웃음섞인 주의를 당부한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자존감이 세기로 유명하다는 바스크지방의 핵심도시인 빌바오의 추락은 당시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실업률은 날로 높아졌고, 경기침체 속에 지역경제는 파산 위기에 이르렀다.

오랜 터널의 끝자락에 서광이 보이기 시작한 것인가. 바스크 지방 정부는 80년대 말, 마침내 회생의 해법을 찾아냈다. 바로 공업도시 빌바오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재생시키는 것이다. 도시경관을 디자인하고 유명건축가를 초빙해 획기적인 디자인의 미술관과 공연장 등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국에 위치한 ‘구겐하임’미술관의 분관이다. 1997년에 설립한 것으로 바스크 지방 정부가 한화 2000억이라는 예산을 들여 빌바오에 유치했다. 스페인정부와 유럽연합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인구 200만이 겨우 넘는 지방 정부가 이 정도 예산을 확보해 미술관을 설립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놀라운 것은 건축물 형태다. 미술관하면 떠올리던 고전적이고, 육중하며, 네모난 형태감 대신 자유로운 곡선으로 표현된 디자인은 마치 종이를 구부리고 펴서 피운 장미꽃이나 거대한 함선의 모습이다.

외관을 둘러싼 티타늄강판은 주변의 빛을 반사시켜 매시간 변화하는 색을 선사함으로써 건축물 자체가 주는 서사성과 극적 긴장감을 연출했다. 앞, 뒤, 옆 그리고 근거리와 원거리, 어디서 보아도 전혀 다른 형태를 띠는 미술관은 그 안에 들어있는 미술품을 압도하는, 자체가 예술품인 미술관인 것이다.

주변경관과의 어울림을 무시하고도 빌바오의 ‘랜드마크’가 돼버린 이기적인 건축물을 보기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은 연간 120만 명을 뛰어넘었다. 인구 30만 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에서 ‘구겐하임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제 빌바오는 세계에서 문화예술로 살아난 도시재생의 긍정적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미술관이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 지방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몰락한 도시를 하늘에서 유독 빛나는 별이 되게 했다. 문화시설을 건립하기 전 반드시 유념해야 할 ‘별’이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학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