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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도시이야기] 도시와 권력, 특히 위정자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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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본질적으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예로부터 권력을 지닌 위정자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하나가 도시 조직에 거대한 힘을 행사하고 있었다.

미노스 왕의 질투와 배신이 크노소스 궁전을 짓게 하였으며 페리클레스의 위대한 아테네라는 구호가 휘황찬란한 파르테논 신전을 정점으로 하는 아크로폴리스를 만들어냈다.

왕비의 향수병을 치유하고자 한 네브카드네짜르 2세의 애절한 사랑이 공중정원이라는 기상천외한 건조물을 도시에 세우게 하였으며 마우솔로스 왕과 아르테미시아 왕비의 애틋한 사랑이 마우솔레움이라는 아름다운 분묘를 만들어 할리카르나소스라는 도시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사르곤 2세의 신도시에 대한 열망에 따라 기존의 구불구불한 도로로 얽혀있던 도시와는 다른 격자형의 말끔한 도시가 뚝딱 새워지더니만 다리우스 황제의 대제국을 향한 의지는 그대로 페르세폴리스라는 거대한 궁정 복합체로 나타나 페르시아라는 나라의 도시 중심으로 만들어버렸다.

 

병들고 낡은 로마 시내를 불태워서라도 새로운 도시를 짓고 싶어 하던 네로 황제는 인공 연못 옆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고 황금궁전을 지어 예전의 도시 모습을 확 바꿔버렸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황제인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연못을 묻어 그 자리에 콜로세움을 세우고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 뿐인가. 저 멀리 콘스탄티노플로 옮겨간 동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도시 전체에 비잔틴 양식의 교회와 대형 건조물을 만들면서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새로운 도시 풍경을 창조해내는데 성공했다.

봉건 영주가 힘을 발휘하던 중세 초기에는 굳건하고 위용스러운 성채가 도시의 존재이유였고, 특별한 위정자가 존재하지 않고 교회와 신앙생활이 전부였던 시기에는 성당 주변에 오밀조밀 주거지가 형성되면서 오랜만에 평온한 도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크 시대의 강력한 권한을 위임받은 절대주의 왕조는 도시 전체를 방사형 도로로 채워가면서 거대하고 으리으리한 궁전이나 정원을 강조하고 있었으며 스페인의 필립 2세는 식민지 법령까지 만들어 신개척지 여기저기에 교회와 광장 및 행정청사가 모여 있는 식민도시 건설에 열중하였다.

전통적인 권력이 없어졌다 싶던 근대 초기에는 오히려 산업이라는 존재가 득세를 하더니만 기술과 자본을 독점한 자본가들이 도시 여기저기에 공장이나 별장을 지어대면서 도시 풍경을 바꾸기 시작했다. 경제논리가 새로운 권력이 될 것이라는 징후는 이미 고층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시카고와 맨하턴 등의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급기야 행정이나 정치라는 권력이 조르쥬외젠 오스만 남작으로 하여금 삽과 곡괭이를 들고 파리 시내의 낡은 지역을 부수게 하면서 엉뚱한 개선문과 샹젤리제라는 새로운 명소의 도시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무릇 권력이나 위정자들은 도시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못하는 듯싶다. 결국 도시라는 것의 운명도 위정자나 통치자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도시를 바라보는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김영훈 대진대 건축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