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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 읽기] 진짜 리얼리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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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사장 가림막 설치 붐”

1994년 매일경제에 올라온 기사제목이다. 당시 신축공사장은 자재의 노상적치나 눈가림식의 엉성한 칸막이 설치 등 각종 안전사고와 미관상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의 솔선수범으로 산뜻한 철제펜스가 설치되었고 이로 인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분재, 낙석 등을 막아주는 가림막이 생겨난 때가 불과 몇 년 사이였다.

“건축공사장 울타리 설치 의무화” 2002년 연합뉴스에 보도된 기사이다. 서울시내 20m 이상 도로변 건축공사장에 대해 가설 울타리 설치가 의무화된다는 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공사장 가림막에 대한 설치기준이 마련되고 의무화된 것이다.

이로부터 8년 후 2010년, 안전펜스의 기능인 낙하물·분진 등의 오염과 소음을 방어하는 역할 이외에 또 하나의 역할이 추가된다. 도시경관을 생각한 디자인을 가림막에 입히라는 의무사항이다. 심미적 기능 추가였다. 서울시는 자연소재인 식재나 목재를 활용해 친자연적 이미지를 디자인하라는 구체적 내용을 마련했으며, 이것이 바로 ‘에코형 아트펜스’라 불리는 가설 가림막이다.

앞에 보이는 이미지는 수원 광교신도시 소현초등학교 주변 신축현장의 아트펜스다. 임수현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인데, 그의 사진 속 풍경은 청정한 자연의 숲이다. 어떠한가. 자연의 초록이미지가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가. 깊은 숨을 들여 마시면 무지막지한 양의 산소가 흡입될 것만 같지 않은가. 환상을 깨고 싶진 않지만 아쉽게도 이곳에서 마신 공기에는 산소보다 공사장 유해먼지가 더 많을거다. 본래 이것은 회색의 아연도금강판으로 만든 가림막인데, 실사인쇄를 통한 씨트지를 접착해 자연의 이미지를 투사한 것일 뿐이다. 순간 이것이 실재하는 초록의 자연이라 믿었다면 미안하다. 이제 살짝 비틀어 대상을 직시해보자. 이것이 착시이건 환영 덩어리이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초록의 이미지를 접했을 때 자연을 기대하며 실재하는 자연과의 혼동을 겪는다. 자연은 본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편리함과 윤택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 멀쩡한 산을 자르고 땅을 파헤쳐 철을 심고 콘크리트를 부었다. 그리고 도시안의 인간은 사무실 책상 위에 작은 산세베리아를 하나 올려놓고 자연을 떠올린다. 자연은 이제 초록이미지로 대변되는 허상이 돼 버렸다.

가림막에 입혀진 자연의 이미지처럼 초록으로 선전된 친자연적이미지는 대중을 눈뜬장님으로 몰아간다. 친자연적 행위를 역행하는 가운데 이율배반적, 모순적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이 해체해 버린 자연은 인간의 편의에 따라 다시 조립된다. 편집자로서의 인간에게 자연은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다. 결국 자연 속의 인간은 인공으로 장식된 초록이미지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밖에. 그것은 자신의 세계와 현실을 철썩 같이 믿고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 영화 ‘트루먼 쇼’와 묘하게 닮아있다. 극중 주인공(짐 케리)이 작은 세트장에 가둬져 철저히 우롱당한 이야기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