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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칼럼] 게임담론의 건강한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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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에서 프레임은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거나 대처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해석의 틀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다 쉽게 인식하고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일련의 정신적 여과장치를 이름한다. 처음 대하는 현상이나 개념을 소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나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신속하게 처리된다. 프레임은 사물을 보는 시각이나 해석을 좌우하며, 한번 형성되면 바뀌기가 쉽지 않다. 일정한 여건 아래서는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마음의 창과 같은 존재이다. 환경이 바뀌면 프레임을 바꿀 수 있어야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 도태되지 않는다. 세대차이는 프레임의 차이이기도 하다. 농경시대나 산업시대의 프레임으로 디지털 사회를 헤쳐 나가기는 쉽지 않다. 일상 속의 소규모 인식체계인 프레임과 법칙형태의 대규모 인식체계인 패러다임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디지털 시대 문화예술의 꽃은 게임이다. 게임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영상 등 예술의 모든 장르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어떤 콘텐츠 상품보다도 탄탄한 기획, 고도의 기술, 규모 있는 투자가 투입되어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이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가 목 말라 하는 재미를 가장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원천이다. 만약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디지털 사회는 제대로 전개되지 못했을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들을 들여다 보면 한숨과 걱정이 앞선다. 본질적 기능이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없고, 제대로 된 과학적·문화적 검증 없이 프레임 싸움을 통한 게임 때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임 이전에 일진이 있었고, 본드와 약물로 빠지던 아이들이 게임으로 빠져 나왔건만 오늘날 게임은 거꾸로 모든 책임을 떠안고 새로운 해악으로 내몰리는 운명에 처했다.

산업적 팽창에 빠져 게임업계는 그 동안 게임담론의 건강한 프레임 만들기에 소홀했다. 반면 핏줄의 법칙에 묶인 체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우리 사회는 공부 안 하는 책임, 학교 폭력, 자살, 심지어 청년실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구원의 개념 프레임을 필요로 했다.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문화현상, 아이들이 재미나게 몰입하는 게임은 손 쉽고 값 싸게 속전속결할 수 있는 사냥감으로 떠올랐다. 기성세대의 일부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면 짐승뇌가 될 수 있고,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여 셧다운이 능사라는 악성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 프레임 싸움에서 밀린 게임세계는 항변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지청구처럼 되었다. 게임을 만들거나 팔면 마약제조 또는 판매처럼 되고, 게임을 소지하거나 즐기면 마약소지 내지 중독처럼 몰아가도 된다는 식의 문화적 무지와 잔혹이 사회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 문명의 깊숙한 곳에 와 있고, 게임은 대중문화의 필수품이 되었다. 프레임 전투를 잘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게임세계의 핵심 책무는 사회 전체의 효용에 기여하는 콘텐츠의 창출이다. 함께 가는 미래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부작용이나 못마땅한 점이 있다고 게임을 험구해서는 안 된다. 근래 들어 게임업계는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문화재단은 긍정적 게임문화와 담론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유례 없던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 게임행동진단조사, 게임이용확인서비스, 게임문화아카데미, 게임공익활동사업, 게임문화캠프, 월간 매거진 ‘게임컬처’ 등등의 사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산·학·민·관이 협치해서 게임의 사회적 가치와 위상을 더 높이고, 긍정적 게임프레임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 일각의 적대적 프레임을 고쳐 나가고, 게임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높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생산적 디지털 패러다임 만들기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前 문화체육관광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