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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 읽기] ‘큐레이션의 시대 : 코드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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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Curator)는 수많은 과거의 유물 또는 작품, 현재 시도되는 예술을 연구하고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선별하고 범주화시켜 전시하고 교육하는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잡무와 노역은 빼놓을 수 없겠지만, 이것은 사족이고 큐레이터가 진짜 하는 일이 바로 ‘큐레이션(Curation)’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필요한 콘텐츠를 추려내는 작업을 통해 주제를 설정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획의 영역에 진입한다. 큐레이션은 기획에 있어 선행되는 필수요소이며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등을 포함한 유행이나 시대성,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기획을 업으로 하는 필자는 항상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의식적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이는 습관적 행위로 정리된 카테고리가 때때로 전시 또는 교육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대부분이 동시대의 유행이나 문제성을 인식한데서 출발하는데, 이것이 큐레이션의 시작이라 하겠다.

최근 진행한 큐레이션의 사례는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녹색 덩어리의 집합이었다. 그림 속 초록의 식물들은 자연의 잡초나 풀 따위를 실내 공간에 옮겨 설치한 ‘On the hill(최성임 作)’이다. 공간의 본래 목적이 인문학강좌나 세미나 등을 위해 쓰이는 시청각실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독특한 설정으로 예술가는 목적을 상실한 공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적용했다.

이 작품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울트라 네이처’展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으로 전시의 주제를 결정하는 큐레이션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큐레이션을 통한 전시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녹색(Green)’이다. 주제를 정했다면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작업을 진행해 보자.

먼저, 코드 그린, 녹색세대, 녹색당 선언, 녹색소비, 녹색파워 등의 다양한 관련 서적을 읽어 내려간다. 온통 녹색으로 디자인된 책들이라 눈은 시원했지만 큐레이션을 거친 결론은 ‘쿨(Cool)’하지 못하다. 녹색은 환경, 자연, 생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녹색에 반하는 인류의 파괴적 현대물질문명을 경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청정한 녹색과 반대로 아주 ‘핫(Hot)’한 내용들뿐이며 ‘울트라 네이처’는 반생태, 반환경적 인간에 대한 권고를 담는 내용으로 정리된다. 큐레이션을 통해 전시의 성격이 결정된 것이다.

녹색 슬로건을 내세운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자동차, 친환경 주택, 친환경 냉장고 등을 만들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면 정말로 환경과 친해질 수 있는 것인가. 누군가의 그릇된 큐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녹색의 이미지는 진실을 포장하고 대중의 눈을 가려 버렸다.

여기에 올바른 큐레이션을 적용시켜보자. 녹색 이미지의 선전적 허상에서 벗어나 현실의 자연, 생태, 환경을 온전히 인식해보자는 말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누적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될 것이며, 갈수록 늘어가는 인구는 40년 후 90억을 돌파해 물 부족, 식량 부족, 연료 부족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2012년12월, 마야인이 말한 지구 종말의 날이 온다면 모를까 적어도 본인의 큐레이션을 통한 인류의 멸종의 시기는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이런 결론이 따분한가. 굳이 책을 읽지 않고 디지털로 이뤄진 시그널만 뒤져봐도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큐레이션의 시대’를 살고 있는 당신의 미래는 어떠한가. 직접 큐레이션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