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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도시이야기] 왕이라는 권력이 만든 계획도시 코르사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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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것이 몇몇 마을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고대에 획기적인 도시 하나가 탄생하게 된다. 이른바 계획도시의 시초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코르사바드(Khorsabad, BC. 706)가 그것이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V. 플라스·P. 보타가 최초로 발굴한 코르사바드는 현재의 이라크 북부, 지금의 모술 맞은편 연안 니네베 북동쪽 약 20㎞ 지점에 존재했던 도시로, 이 도시를 건설한 앗시리아 제국의 사르곤 2세(BC 721-BC 705)의 성채가 자리하고 있었던 곳이라 하여 두르 사르킨(Dur-Sharruki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도시는 사르곤 2세 사후 수도를 니네베로 옮기기 전까지 당시 앗시리아의 수도였다.

코르사바드의 도시계획적 특징은 그 동안의 여타 도시와는 달리 자연발생적인 도시가 아니라 사르곤 2세의 권력에 대한 의지와 의도를 철저하게 반영한 계획도시라는 점에 있다. BC 720년경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이 도시는 난공불락의 성채가 굳건한 시타델(citadel) 속에 몸을 숨긴 채 이를 다시 사방 1천700m의 성벽으로 감싸고 있으며 궁전 부분을 제외한 각 변마다 2개씩 총 7개의 출입구를 설치하고 있다. 도시의 중심은 기단 위에 건조된 왕궁·신전 및 지구라트의 복합체로 이뤄졌으며 특히 왕궁은 그 위엄이라도 자랑하듯이 날개 달린 인면수신상(人面獸身像)이 수호하고 있다. 3개소의 중정을 중심으로 700여개의 장방형 실들로 구성된 궁전은 그 크기도 어마어마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석재로 되어있는 내벽의 외장은 무시무시하고 용맹한 용사들의 전투나 학살 장면이 새겨져 있었으며 요철 모양의 첨탑이 그 누구의 범접도 허용하지 않는 듯 철저한 요새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신전 또한 왕궁 한 구석에 얌전한 모습으로 위치하고 있는데 이 또한 앗시리아 제국의 국왕의 힘이 얼마나 강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궁전 입구로부터 쭉 뻗어나간 도로와 그것과 직교하는 도로는 마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곧고 넓어 이 역시 군사 제국의 강성한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었다.

하긴 앗시리아가 어떤 나라인가. B.C. 12세기 중반부터 B.C. 7세기 무렵까지 현재의 아랍 지역 대부분을 통치하던 강대국에 제국이라 불릴 정도의 막강한 힘과 정치세력으로 무장한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 정도의 권력이면 이 정도의 도시 정도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권력과 힘이 세면 또 그만큼의 반발도 있을 터. 창과 검으로 적들을 쳐부수면서 막강 화력을 자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배를 받는 나라들은 항상 그들에게 대항하였으며 그 결과 제국의 역사는 끊임없는 반란으로 얼룩졌으니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그리 마음은 편한 상태는 아니었을 법이다. 그래서일까. 사르곤 2세의 성채는 도시 저 끝자락 천혜의 요새에 철옹성처럼 몸을 숨기고 도시를 호령하고 있다. 지켜져야 할 최후의 보루에 권력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최초의 계획도시는 절대 권력의 과시와 미련에 기대어 왕이라는 권력을 뽐내는 거만한 의도로 시작되고 있었다. 사르곤 2세는 앞으로 나타날 절대 권력자들의 거만함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김영훈 대진대 건축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