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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탁 칼럼] 소설 작가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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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편소설 ‘이정구(李鄭具)’를 출간했다. ‘벌족(閥族)의 미래’ 시리즈 제 1탄, ‘재족(財族) 이야기’다. 이정구는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책의 제목이 되었다. 그는 당대 최대 재벌 그룹 총수로서 벌족의 대표요, 재족의 상징이다. 나이 70인 그가 고민 끝에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스토리이다.

저자로서 좀 곤혹스러운 것은 재벌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 이정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택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고 사회적으로는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되는 긍정적인 스토리이다. 대대로 이어지는 경영권 세습의 문제를 제기한 것도 결국은 더 나은 재벌의 모습을 바라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나오자마자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1% 대 99% 간의 문제를 다룬 데다가 장차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어 그런 것 같다. 시의적절하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일 게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저자는 많은 인생 경험을 하고 있다. 방송 출연이나 언론 인터뷰 등으로 바쁘기도 하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로부터 갖가지 인사를 받는다. 그 중에는 건성으로 축하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진심으로 자기 일처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많다. 물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반응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경우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책을 차 안에서 펴보니 재미가 있어 밤잠 안자고 새벽까지 다 읽었다는 사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책 한권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는 사람, 최근에 읽은 여러 책 중에 가장 좋았다는 사람…. 선배 한분은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해서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이정구 얘기로 난리라고 하시길래 얼른 책을 한권 보내드리겠다고 했더니 “아니야, 책은 내가 직접 사 봐야지” 하면서 오후에 서점에 나가 책 몇 권을 사서 친구들과 나누어 읽어보겠다고 한다.

축하 문자 메시지의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엄청난 충격! 또 충격!”하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놀라운 것은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라고 전해 온 사람도 있다. “어디서 그런 발상과 열정이 나오나요?”하고 묻는 이도 있고 “벌써 제2탄이 기대됩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따금씩 엉뚱한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잘 읽어볼 테니 책 한 권 보내달라고 한다. 저자한테 책을 사서 보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볼 테니 보내달라고 하는 것은 여간한 배짱(?)이 아니다. 물론 잘 몰라서 그랬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책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책은 서점에서 구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단 말인가? 이런 사람들은 뭔가를 깜빡한 게 틀림없다.

전화라도 한 번 할 법한데 아무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분이 별로다. 아는 사람이 잘 나가는 게(?) 썩 기분이 좋지 않는 모양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한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상대방에 동정심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그보다는 상대방이 잘될 때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게 그토록 내키지 않는 일인가?

이처럼 저자는 요즘 많은 인생 경험을 하고 있다. 책에서 인용한대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인데 살아가면서 맺은 인연이나 지니게 된 소유물은 일시적인 것, 집착의 염(念)은 부질없는 일이다. 나를 더 알아준다고 크게 기뻐할 일도 아니고, 덜 알아준다고 마냥 서운해 할 일도 아니지 않는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누구든 생각하는 대로 말은 쉽게 할 수 있어도 그것을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서 인생에 있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는 여정이 하도 멀어 평생을 가도 못간다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말은 신중하게 하고 대신 행동은 좀 더 열심히 하도록 해야겠다.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대표 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