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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 읽기] 원더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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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산시에 거주하는 어느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 했더랬다. 그는 까까머리를 하고선 반갑게 맞아줬는데 무슨 작업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림책을 만든다고 했다. 그림책이라, 동화책 같은 걸 만드는 것인가 갸우뚱 거리기도 잠시, 작가는 내게 차를 마시겠냐고 물어왔다. 의례 커피나 녹차 따위를 내오려나보다 하고 “무슨 차가 있나요?” 물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골판지에 손수 적은 메뉴판을 건넸다. 누군가 작업실을 찾아오면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는 수고를 덜고자 메뉴판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 빼곡히 적힌 차 이름들은 명쾌함 보단 혼란을 가중시켰다. 전문찻집을 가도 접하기 힘든 각종 한방차와 잎차들이 20종 이상 나열되어 있었다. 결국 자존심을 구기며 작가에게 차를 권해달라고 했고 우롱차와 엇비슷한 차를 얻어마셨다.

 

복잡한 ‘차’를 마시면서 작업 이야기를 시작하자, 작가는 그림책을 만든다고 했다. 그림은 두터운 선으로 한 번에 이어 그렸는데 단순하고 명확해서 어린 연령층도 쉽게 이해할 법한 드로잉이다. 내용은 또 어떠한가. 환경문제에 대단한 관심을 보여준 그의 작업 대부분은 인류가 행하는 반환경, 반생태적인 행위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말하고 있었다. 무심코 행하는 인간의 행동양식으로 지구가 망가지고 있는데 작은 노력을 통해 지구를 지키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테면 ‘종이컵은 재생이 되지 않으니 꼭 자신의 컵을 가지고 닦아서 쓰자’던지, 사용하고 난 전기제품의 콘센트는 반드시 뽑아야 ‘흡혈전기’를 막을 수 있다거나,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대신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등 수십 가지의 내용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지구온난화가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높이게 되며, 빙하기가 도래해 생명체가 공멸한다는 강렬한 결론이다.

아이들도 보는 책이니 만큼 무서운 미래를 ‘빨간 지구’라는 말랑한 단어로 포장해놨지만 성인용 미래는 섬뜩해 보인다. 지구의 안전을 위해서는 일상 속의 편리함을 모조리 집어던져야만 하는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실천들은 말은 쉽지만 지키자니 갑갑한 것들뿐이다. 그렇게 안 좋은 거면 만들지를 말 것이지 줬다 빼앗는 것이 더 나쁜 거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60억 인류가 금욕적 생활을 하기는 우주가 통일 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지구가 행복해지는 궁극적인 대책을 내놓겠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찾아 없애면 그만인 법. 원인은 바로 인간, 인간이 적당히 살다가 죽으면 해결될 것이다.

 

앞서 초록 지구와 빨간 지구를 그렸던 작가는 한 번에 끊김없이 드로잉한 종이 그림을 오려 음양을 만들고 입체적인 삽화 이미지를 완성한다. 그렇게 탄생한 한 페이지를 바라보노라면, 작가는 지구상의 모든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한 부분만 끊어져도 작품은 망가진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의 먹이사슬 중 한 가지만 잘못되면 상상하기 싫은 세계가 도래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당신의 평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구가 아닌 작은 단위에서의 인간, 결국 우리 족속들에 대한 이기주의일 뿐이다. 잘 생각해 보라. 진짜로 잘 사는 삶이 무엇인지.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