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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탁 칼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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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서양에서 오랜 역사를 두고 발전해 온 정치 경제 체제이다. 양 체제는 선진국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얼마 전부터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몇몇 후진국을 보면 독제체제가 무너지면서 시장경제를 채택하게 된 경우도 있고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정치적 민주화가 앞당겨지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독재인 후진국도 예외 없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썩 잘 어울리는 커플은 아닌 것 같다. 최상의 커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견해가 나눠진다. 상호 보완적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긴장과 대립관계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선행하고 누가 뒤따라온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마치 좋은 커플이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때 부부는 좋은 것이고, 그렇지 못할 때 나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1970년대 이후 30여년간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전성기를 누리는 동안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지구상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시장은 큰 역할을 했고 거기에 비례해서 민간의 자율영역도 넓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나라로 확대돼 세계화를 촉진시킴으로써 많은 후진국들도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지금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가 덫에 걸려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논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자본주의가 자율과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공정한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부익부 빈익빈, 강익강(强益强)·약익약(弱益弱)현상이 나타나 양극화가 심해짐으로써 1대 99의 사회가 되고 말았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시장 중심의 경제운영에 대해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자본주의 4.0’ 또는 ‘따뜻한 자본주의’에서부터 정부 규제의 강화, 대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 토빈세 도입, 무상 보육 등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내용들이 거론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시장경제 자체에 있다기보다 시장경제의 운영 잘못에 있을 것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계층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다보니 정치가 마구 끼어들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데도 민주주의는 아직 문제를 인식하는데 매우 둔감한 것 같다. 양자가 근래 들어 잠자리를 같이해 온 부부와 같은 관계인데도 말이다. 한 쪽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고 갖가지 혼란과 아픔을 겪으면서 변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옛 모습 그대로다. 정권 말기와 총선 등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전에 하던 못된 짓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일 정치지도자들의 말 뒤집기, 거짓말하기, 탈법·불법 등이 매스컴을 타고 있다. 과거 어리고 배고팠을 때 한두번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 지금처럼 고지를 점령한 사람들이 계속 이래도 되는가? 왜 이럴까? 이게 결국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라면 각자가 후흑학(厚黑學)이라도 배워서 실천해야 한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본때를 보여주자고 한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얘기이다. 전에는 안 그랬던가. 매번 그렇게 하자고 해 놓고는 제대로 하지 못해 같은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역사가 나서서 경고하고 있다. 200년 대의민주주의 역사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SNS라는 신무기를 타고 간접민주주의 대신 직접민주주의가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변모와 함께 민주주의도 변모가 있어야겠다. 지난 세기가 끝날 무렵 밀어닥친 전 지구적 혼란과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럴 때 지금은 따로 놀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새롭게 진화해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라 다수의 보통 사람들에게 다 같이 기회와 만족을 주는 정치·경제 시스템으로 조속히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前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