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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과 정치인들의 대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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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갑자의 60개 해중에 서운(瑞運)의 해가 세 개 있다. 정해년의 돼지해 중에 황금돼지 해가 있고, 경인년의 호랑이 해 중에 백호의 해가 있고, 임진년의 용의 해 중에 흑룡의 해가 있다.

 

올해가 바로 그 임진년 중의 흑룡의 해에 해당된다.

 

흑룡이 검은 바닷물 위로 솟구치는 형상을 그리며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덕담들을 나누곤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전체가 흑룡처럼 솟구쳤으면 좋겠고, 우리 국민 하나하나에 흑룡의 서기(瑞氣)가 가득히 어렷으면 좋겠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임진년은 그렇게 만만한 해가 아니었다. 60년 단위로 되돌아 보면, 1952년, 1892년, 1832이 임진년이었고, 420년 전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1592)도 임진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의 임진년(1952)에 우리는 6·25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여야로 나뉘어 싸움에 바빴고, 국민 대다수는 폐허가 된 자연과 마을에서 거지처럼 살았고, 젊은이들은 전쟁터에서 죽도록 싸웠다.

 

이 전쟁의 여파로 450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국의 원조 농산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지금도 아직 우리는 이 전쟁의 종전이 아니라, 휴전상태에 있다.

 

120년 전의 1892년 임진년에 우리나라는 양반과 세도가의 부정부패와 가렴주구 및 동학에 대한 탄압 때문에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기 시작한 때다. 이런 기운에 미리 대처 하지 못한 정치인들 덕분에 마침내 동학난이 일어나고, 이 여파로 청일전쟁이 일어나 그 피해를 우리 백성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180년 전의 1832년 임진년에는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세력 타툼 속에서 천주교도들에 대한 탄압과 살육이 날로 심해져, 한반도 땅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시기였으며, 420년 전의 1592년 임진년에는 오랜 당파싸움으로 국력이 피폐하고, 기강이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일본이 20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물밀듯이 쳐들어 온 해다. 이른바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다.

 

우리의 대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왜군이 부산에 발을 디딘지, 2개월도 안 되어 평양과 함경도까지 순식간에 점령되어 버린다. 백성들의 정치에 대한 원성이 얼마나 높았으면, 경복궁, 창덕궁에 불을 질렀고, 피난길의 임금행차에 돌을 던져 댔을까?

 

올해 2012년 임진년은 종래의 임진년과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임진왜란의 처참한 전쟁도 아니고, 피비린내 나는 종교탄압도 아니고, 동학이라는 민중의 소리를 무참히 짖밟는 것도 아니며, 동족끼리 단지 이데올로기 차이 하나로 죽고 죽이는 전쟁도 아닌 그런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무엇이 중요한가? 정치인들이다. 임진왜란도, 동학과 천주교에 대한 탄압도, 이데올로기 편가름으로 일어난 전쟁도, 결국은 정치인들의 무능 때문이었다. 그들이 하라는 정치는 제대로 안하고, 권력의 장악에만 골몰했기에 때문이었다.

 

국가전체의 이익보다는 권력의 장악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한 관심사였다. 국민들의 행복과 복지보다는 자신들의 행복과 출세가 더 먼저였다. 그런 정치인들 덕분에 우리는 불행한 임진년을 연이어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4월11일에는 총선을, 12월19일에는 18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정치인들이 과연 임진년에 요구되는 정치가의 막중한 책임을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임진왜란, 동학난, 천주교박해, 6·25전쟁 모두가 정치인들의 직무유기로 일어난 ‘정치인들이 대실패’임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는 있을까? 올 임진년은 과거의 임진년과 달라야 한다는 정치의식의 각성이 없는 정치인은 총선과 대선에서 좀 빠져줬으면 좋겠다.

 

올 임진년이 과거의 다른 임진년들과 다른 해가 되려면, 정치인들의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는 자기 선입견(당파)과 도그마(이데올로기)에서 빠져 나와 사실과 진실, 교양과 상식에 입각해서 정책선택에 참여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양보와 희생과 배려라는 덕목을 정치적 협상과 타협에서 우선시 하라는 것이다.

 

자기도그마에 빠져 고집 피우던 정치인들 때문에 우리 백성들은 임진년마다 생고생을 겪었다. 이제 상대편, 상대당(여당이든 야당이든)에 대한 양보, 희생, 배려도 좀 했으면 좋겠다.

 

그것들이 정치인들의 우선적 미덕으로 자리 잡게 될 때, 올 임진년은 분명히 흑룡의 해가 되리라 본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