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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숨겨진 삶과 폭력

[문용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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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두 개의 삶을 살고 있다. 하나는 공개된 삶이고 다른 하나는 숨겨진 삶이다. 공개된 삶이란 집에서 먹고 입고 자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학원에 들러서 공부하고 집에 오는 그런 세계다.

 

숨겨진 삶이란 학교와 학교사이를 오가면서 친구들 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겪는 희로애락애오욕의 정서적 경험을 수반하는 체험적 사생활이다.

 

이러한 그들의 사생활은 부모도, 교사도 잘 모른다. 오직 학교에 함께 다니고 있는 친한 친구 중의 일부만이 공유하는 비밀스런 세계다. 이 숨겨진 삶 속엔 환희와 감동도 있고 아픔과 눈물도 있고 갈등과 긴장, 증오와 투쟁과 폭력도 있다. 학교폭력은 바로 이 숨겨진 삶에서 발생하는 학생들 사이의 범죄현상이다.

 

요즈음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성세대가 미처 몰랐던 학생들의 숨겨진 삶 속에 잔인하고 비열하며 섬득한 폭력범죄가 무성하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도를 넘어선 학교폭력 문제가 보도되고 있지만,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숨겨진 삶 속의 현상이기 때문에, 안개 속에 숨은 그림자처럼 실체가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숨겨진 삶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학교폭력이라는 범죄는 보통의 일반범죄와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 이러한 특수성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학교폭력의 예방과 단속 그리고 대처에 관심을 갖는 기성세대 즉, 부모와 교사,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자, 경찰관과 검사 그리고 판사들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교폭력은 기성세대가 인지하거나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학교폭력은 영웅심리에 입각한 과시욕구를 동반하므로 언제나 목격자(동료학생)가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지만, 피해자도 동료학생도 발설하거나 신고하기를 지극히 꺼리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동년배 학생에게 맞는다는 수치심과 가해자의 협박 때문에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목격자인 동료 학생들은 자신도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 입을 다물고 만다.

 

이렇게 폭력은 학생들 사이의 숨겨진 삶이고, 그들 중 누구도 그 속에서 벌어진 일에 대하여 함구하고 있으니, 우리들 기성세대가 어떻게 그 숨겨진 폭력을 눈치챌 수 있겠는가? 얼마 전 대구에서 세 가해 학생의 잔인한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이 있었다.

 

부모들은 그 학생이 희생당하고 난 후에야, 그렇게 잔인한 폭력이 오래 지속되었음을 알았다고 하니, 학교폭력이 학생들 삶 속에 얼마나 꼭꼭 숨겨진 비밀들인지 알 수 있다.

 

기성세대가 학교폭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숨겨진 삶을 들여다 보아야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폭력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는 가해자는 자신의 범행을 이야기할 리가 물론 없고, 피해자도 가해자의 위협 때문에 감히 신고하고 상담 받을 생각을 못한다.

 

폭력이 드러나서 사후처리가 된 이후에도 가해자나 피해자나 자신의 아프고 수치스런 과거를 쉽사리 털어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10대 성장기 아이들의 상처라서 학부모나 교사들도 그런 아픈 경험의 공개를 극히 꺼린다.

 

그러나 그 학생들의 삶 속에 숨겨져서 진행되고 있는 폭력상황을 어떻게든 넘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학생들 사이에서 폭력의 발생 유무를 확인하고, 어떻게 발생했고, 전개됐으며, 어떤 결과로 치닫게 될 것인지에 대한 사실적 관찰과 통찰없이 도대체 우리 기성세대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의 숨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발견하고 인지하는 일처럼 중요한게 없지만, 신고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아마도 모든 범죄 중에서 피해자의 자진 신고율이 가장 낮은 게 학교 폭력일 것이다. 그리고 목격자가 항상 있는 범죄인데도, 목격자의 신고가 가장 낮은 것 역시 학교 폭력일 것이다. 그래서 신고에 의존하는 학교폭력대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기성세대의 적극적인 발견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가해자나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인 동료 학생들은 분명히 어떤 징표를 가지고 있다. 전개되는 폭력이 심각할수록 그 징표는 피해자, 가해자, 동료학생들의 외양과 내양, 그리고 행동거지 속에 아주 분명하게 배어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들을 읽어내지 못할 뿐이다. 폭력의 징표를 읽어 내는 기술과 지혜를 기성세대가 제대로 갖출 때, 폭력은 줄어들기 시작할 것 같다.

 

문용린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